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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만나, 사명으로 읽고 있는 책

maypaper issue 02. Ep 01

by 근아

매달 새로운 주제로 발행되는 잡지, maypaper issue 02의 새로운 주제는 '책'입니다.



요즘 깊이 있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소설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특별한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몇 달 전, 영어 수업에서 가상의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녹음하는 숙제가 있었다. 2인 대화를 만들어야 했고, 주제가 ‘책 읽기’였기에 여자 주인공이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었다. 검색을 하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였다. 제목부터 ‘도서관’이라는 공간성을 품고 있었고, 무엇보다 책의 개요가 흥미로웠다. 그 설명을 바탕으로 대화문을 작성했다.


it’s The Midnight Library by Matt Haig. I’m really enjoying it so far. It’s about a woman who gets the chance to explore different versions of her life through a magical library.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야. 지금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어. 한 여자가 마법 같은 도서관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삶을 탐험할 기회를 얻게 되는 이야기야."


"자신의 다양한 삶을 탐험한다..." 이 문장은 당시의 나를 그대로 비추고 있는 듯했다.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존재의 의미를 모색하던 중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결정된 형태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의 교차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고, ‘나를 들여다보는 6개, 큐브’라는 실험을 통해 나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필연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나에게 마법을 부린 듯했다. 내가 지나온 길과 지나지 않은 길, 그리고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현재의 나를 비춰주는 거울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읽는 것이며, 나는 지금도 그 페이지들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처음 이책을 검색으로 만난 후, 한두 달이 지나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낯익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Midnight Library. 바로 그 책이었다. 파란 배경 위에 노란색 타이틀, 그리고 중앙에 그려진 큐브 모양의 상자. 내가 그리고 싶었던 큐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 책위에 그려진 큐브는 마법을 부리며 반짝반짝 빛나며 움직이는 듯했다. 마치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문체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의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었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시간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듯했다. 나는 그 리듬과 흐름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 문장의 호흡, 단어 하나하나의 배치까지—모든 것이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실제로, 소설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현실과 책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마치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어떤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평소에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이 내 안에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충동적으로 그 책을 구매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이 나를 다시 이끌었고, 이제는 더 깊이 마주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작가의 세계관이 점점 선명해졌다. 단순한 문장 속에서도 철학적 깊이가 느껴졌고, 마치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이 무심한 듯 흘러나왔다.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예상치도 못한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she’d imagined them having deep conversation about Henry David Thoreau…… ‘Go confidently in the direction of your dreams’ Thoroau had said. ‘ Live the life you’ve imagined.’ Thoroeau had been her favourite philosopher to study. …..

"…… 그와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라. 상상했던 삶을 살아라” 노라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인 소로는 그렇게 말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인 소로를 이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나에겐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 듯했다.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라. 상상했던 삶을 살아라."


그리고 나는 소로에게 바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


이러한 신기힌 만남을 운명이라 또다시 확신 지었고, 나는 그 운명을 하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책이 내게 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그 분명한 이유를 하나씩 찾아가는 중이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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