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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 Dec 10. 2023

그리움이란 <2>

“일단 씻어야겠어.”

기뻐할지 원망할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에 임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샤워를 하면서도, 샤워를 하고 나와서도, 그리고 간단히 아침을 차려 먹으면서도 대체 왜 과거로 돌아온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냈다. 일을 쉬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는 그였기에 하루 일과는 거의 똑같았다.


노트북을 들고 집 앞 가까운 카페로 향한다. 보이는 취업 공고마다 지원을 하고 이력서를 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가까운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한다. 이것이 그의 생활 루틴이었다.


또한 그는 계획에 어긋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자신이 생각하지 못 한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알고 싶던 그였다. 아침을 먹고 자신의 방 침대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도 아무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이 진실이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직장을 다니고 있던 그녀는 토요일이 되면 항상 늦잠을 즐겼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곧 그녀가 일어날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 일어났어. 아직 자고 있어?”

우연의 일치인지, 그녀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4시에 보기로 했지?”

“시간이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하니까 카페를 먼저 가자.”

“일어나면 연락해 사랑해.”

연달아 온 그녀의 연락은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그녀에게 온 연락이었다. 그토록 받고 싶었던 그녀의 연락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무리 혼자여도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마주해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일어나면 연락해 사랑해.”

마지막 문장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축복임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사랑에 메말라 있으며 그녀를 그리워했던 그였기에, 비록 과거의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걷잡을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약 한 시간가량을 그는 고민했다. 그녀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며,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별의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평소처럼 데이트를 할지를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흘러가는 시간을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이별 후의 감정을 이미 모두 느껴봤기에 다시 한번 경험하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또다시 그리워하고 또다시 슬퍼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며 미래를 함부로 바꾸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별은 해도 과정은 다를 수 있잖아."

그는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갑자기 어디서부터 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오래전 읽었던 책을 그녀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움이란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이라고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그 책을, 그 페이지를, 그 문구를 그녀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그가 가지고 있던 그 책은 오래되고 수많은 메모와 밑줄이 그에게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는 새 책을 구매해서 그녀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이별의 과정은 그만 기억하기에 그리고 이별의 과정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이별의 결과는 정해져 있기에 책 한 권이 이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를 만날 시각은 오후 4시


현재 오후 12시를 조금 지나치고 있었고, 지금 빠르게 서점에 다녀와서 그녀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면 괜찮을 시간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긴 롱패딩을 대충 걸친 채로 집 바로 앞에 있는, 그녀와도 자주 갔던 서점으로 그는 향했다.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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