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다
진정한 연인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건 아마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외로움에 빠져 있다가 연애 서적 세 권을 읽으면 서다. 그 연애 서적들 속에는 내가 모르던 남자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연애 상황들이 펼쳐져 있었고, 여러 가지 사연들을 접하다 보니 ‘내가 남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었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왜 그렇게 연애를 못 했고, 한다고 하더라도 오래 못 가는 스타일이었는지 말이다. 차분히 생각해 보니 지나오면서 겪었던 경험들 속에서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는지 혼자서 이겨내려 버티던 내 작은 모습이 떠올랐다.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하던 나, 그렇다 보니 연애를 하더라도 그냥 걱정이 앞섰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그 시절에 작은 나에게 이런 말이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잘 견뎌왔어. 수고했어’라고 말이다. 그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젠 당당히 자신 있게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질렀고, 작은 나에게 든든한 나무처럼 나와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나의 ‘인생 숙제’였음을 깨달았다.
인연이라고 했던가?
‘정해진 인연이 있다’라고, ‘정해진 인연이라 하더라도 안 맞는 사람이 있다’라는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정해져 있다면 찾기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텐데 왜 그렇게 찾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쉽지 않을까?
어느 날 친한 여동생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동생도 외롭고 나도 외롭다 보니 둘이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각자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펼쳐보았다. 동생이 이리저리 겪어 보니 자신의 사랑 스타일은 딱히 정해진 것 없어서 아직도 사랑에 관한 감을 못 잡겠다고 하고선 골머리 아프게 그깟 ‘사랑’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 그 당시 내 상황으로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는지 ‘그래, 우린 사랑 같은 거 생각하지도 말자’ 하고 단념을 해버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동생이 주선해 준 소개팅으로 오랜만에 ‘연애’라는 카테고리로 발을 디디게 되었고, 그때 만난 남자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을 몸소 체험해 버렸다.
정말 소개팅 전까지는 이젠 나에겐 연인이란 없을 것이며, 앞으로 그 복잡하고 엄청나게 큰 사랑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역시나 인생이란 모르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동생과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조금은 당황한 듯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인연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는데 어떻게 그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왔다.
작은 꽃 한 송이 전달하면서 상대방의 미소를 보며 흐뭇해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꽃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한 송이 장미라도 전달하고픈 남자들의 찐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작은 꽃 한 송이로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엔 부족할 수도 있지만, 작게나마 표현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연인*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각각 사랑을 전달하는 방식이 모두 같을 순 없지만, 상대방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알려주고 전달하려는 노력의 가치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용기가 담긴 선물이다. 그리고 여자로서 하는 이야기지만, 여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정말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진심 어린 마음, 그리고 몸에 밴 배려로 그녀를 미소 지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라는 것도 없을 듯하다.
*연인 戀人; 서로 연애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고 했던가. 여자다 보니, 여장부 같던 내가 ‘갈대는 무슨’이라고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냥 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먼저 표현하고 전달하면 될 것이란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 말속에 제대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보니,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연애 서적에서도 하는 이야기는 같았다. ‘여자가 여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말이다. ‘곰탱이 기질이 있던 나에게 무슨 여우 습성이 있겠는가’하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정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서 그 책 속의 이야기들을 야금야금 심오하게 읽으면서 씹어 먹어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속마음은 자신들도 모른다’라고 정말 겉으로 잘 보여주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가족 속 아빠와 남동생을 살펴봐도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아직 그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고 싶어도 못 찾겠다 보니, 여자인 엄마와 나는 간혹 잘못 해석할 때도 많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고 연애 스타일이 있듯이, 여자들도 그들만의 행실이 있는 것.
‘딱 이렇다’하고 정해진 규칙이나 답은 없지만, 여러 가지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봤을 땐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다’라는 지금의 결론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남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알지도 못했을 소중한 구절이다. 어린 나이였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글귀지만, 인제야 좀 더 다가설 수 있고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인지 가슴에 꽂혀 버렸다.
예를 들어, 여자인 내가 남편에게 무엇인가 원하고 바라는 일이 생긴 상황인데, 어렸더라면 그냥 내 마음을 직접 알아봐 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둘이서 차분히 차 한 잔 마시거나 커피 한 잔 마실 때쯤 이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이런저런 생각한 것들 또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등을 내가 먼저 조용히 이야기로서 꺼내게 되더라. 물론 남편의 신뢰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므로 이렇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까지 오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에 따른 나만의 방향을 찾는 시간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 이후로 남편도 스스로 생각하던 것과 원하는 것 또는 바람들을 조금씩이라도 나에게 전달하려 애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다 보여주지 않는 남자들만의 세계가 있을 테니 그것을 내가 먼저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한 조그마한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언급하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 쪽이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먼저 상대방보다 무엇인가 더 일찍 알아차린다거나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능력이 빠르다 싶으면, 그 사람이 상대방을 위해 먼저 물어보고 관심 가져주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여자라고 남자라고 해서 정해진 규칙이나 이런 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까지의 수억만 명, 수 천억만 명의 세계인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겪어왔던 사랑에 대한 진실이 하나씩 전해지면서 각자의 사랑 방식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은 이유는 과연 뭘까? 사람이기 때문에 우선 호르몬 분비로 우리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고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서. 그리곤 그 사람과의 추억과 경험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고 그것이 나만의 추억이 아닌, 상대방과 같이 가지고 있는 추억이자 선물상자라서 더 귀하고 소중해진다. 그것으로 인해 차츰 사랑하고 있음에 따스해진 마음과 여유로워진 자세를 확인할 수 있고, 덜 아프고 덜 외로우며 덜 힘겹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만약 내가 동물이었다면 어떤 사랑을 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빗대어 봐도 우리의 사랑 이야기가 제일 예쁠 수밖에 없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고 모두에게 보여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좀 더 반짝거리며 빛나는 이유는 당연하다.
혹여 옛날보다 덜 빛나는 것 같아도, 그 위에 시간이라는 먼지가 조금 내려앉았을 뿐이지 다이아몬드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이기에 그 빛나는 이유를 자주 들여다보고 닦고 문질러주면 다시 처음에 봤던 다이아몬드 같은 여러분의 사랑처럼 반짝이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은 잠시 뒤로 보낼 줄도 알고 너무 큰 바람이나 욕심은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와 노력으로 그 빛은 영원할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