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경우의 수 03화

2화. 부모

아침이 평화롭다고 방심하지 말 것

by 기록습관쟁이

아침 7시 10분.

햇살이 부엌 창문을 타고 내려온다.

식탁엔 잘 구운 토스트 두 장, 달걀프라이, 딸기잼,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초코우유가 가지런히 놓였다.

오늘은 왠지 순조롭다.

일찍 일어난 아이는 세수도 하고 옷도 스스로 챙겨 입었다.

"엄마, 나 오늘 준비물도 다 챙겼어!"

자랑스러운 얼굴에 괜히 뭉클하다.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근데... 엄마, 오늘 체육복 가져가야 되는 거였어?"

고요하던 부엌이 멈췄다.

체육복...?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뛴다.

"체육복? 아니, 어제는 준비물에 없었잖아?"

"선생님이 어제 마지막에 말했는데... 나 깜빡했어."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다.

다시 전쟁이다.


가방을 열고 다시 정리하고,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체육복을 찾고,

결국 세탁기 속 젖은 체육복을 꺼내 드라이기 앞에 들고 선다.

시간은 7시 50분.

"늦겠다, 엄마랑 뛰자!"

아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달린다.

아파트 입구에서 손을 흔들고,

헉헉대며 돌아오는 길.

그제야 온몸에 현실이 스민다.

아침이 평화롭다고, 방심하지 말 것.


육아는 하루 24시간이 변수가 된다.

열이 난다고 울던 날,

친구랑 싸우고 말없이 방문을 닫던 저녁,

별다른 이유 없이 "싫어!"만 외치던 어느 주말.

이유를 묻는다고, 해답이 나오진 않는다.

아이의 마음은 바람 같고,

그 바람은 언제든 예고 없이 바뀐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다만, 경우의 수를 줄이는 부모는 있다.

아이는 매일 새롭지만,

그 안에도 패턴이 있다.

일요일 저녁엔 늘 숙제를 안 했다며 울고,

아침엔 신발 끈 묶느라 5분을 허비하고,

하원길엔 꼭 사달라는 간식이 바뀐다.

그래서 조금씩 '장치'를 만든다.

주말 저녁,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같이 작성하고,

아침엔 옷장에 다음 날 옷을 미리 걸어두고

하루 10분, '오늘 어땠어?'를 묻는 대화 시간을 확보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이 루틴들이

예상치 못한 폭풍에 중심을 잡아주는 닻이 된다.


그는 이제 안다.

아이를 통제하려 들수록

더 큰 혼란이 밀려온다는 걸.

중요한 건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부모인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아이의 짜증에 짜증으로 대응하지 않고,

아이의 침묵을 조급함으로 재촉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곁에 있는 연습.


밤이 되면,

그는 조용히 아이의 이불을 덮는다.

"오늘은 조금 고단했지만, 너와 잘 버텨냈다"

아이의 미래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넘어질 때 곁에 있어줄 준비는, 오늘도 했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다시 부엌 창을 넘나 든다.

오늘은 또 어떤 변수가 찾아올까.

그는 마음속으로 되뇐다.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어. 완벽은 아니어도, 준비는 할 수 있어."

그리고 다시,

토스트에 딸기잼을 바른다.




부모가 된다는 건 정답 없는 문제지를 매일 푸는 일입니다.

그 문제엔 지문도, 해설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새로운 경우의 수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

조금씩 내 아이를 더 이해하게 되고,

나 자신도 부모로서 성장해 갑니다.


넘어질 수는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오늘 하루,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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