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이 넘어서야 비로소 선순환의 시작이 ‘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전에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잠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면, 잠의 중요성을 이토록 절실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육아’라는 뜨거운 맛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를 닮아서인지 1호는 너무나도 섬세하고 자극에 예민한 아이였다.
(꼭 안 닮았으면 하는 걸 닮는다. 참 신기하게도)
물론 잠도 잘 자지 않았다.
어릴 때 통잠을 잔 적이 없다.
그 말인즉슨, 나 역시 통잠을 잔 적이 없다는 말이다.
육아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단연 수면 부족이다.
이렇게 쌓인 수면 부채는 저질 체력인 나의 면역을 망가뜨렸고, 급기야 하나둘씩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30대 시절의 나는 그걸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수면 통장은 마이너스가 채워져갔다.
수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아이를 재우고 아이와 함께 잠들기 싫었고, 급기야 알람까지 맞춰놓고 일어나 나의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자려고 하면 여지없이 아이가 깼기 때문에 수면 부족은 수년간 지속되었다.
몸은 수없이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단지 내가 알아차려주지 않았을 뿐.
수면 부채는 나를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 급기야 우울증까지 겪게 만들었다.
그런 불안한 마음 상태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잠 부족으로 인해 쉽게 지치고 삶은 힘듦의 연속이었다.
얼마 전 읽은 김주환 교수님의 『그릿』에 의하면, 임신 기간의 엄마의 심리 상태, 육아할 때의 심리 상태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행복해야 된다고 했다. 행복해야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데 엄마의 행복은 의무라고 재차 강조하셨다.
나는 특히 1호를 키울 때, 나의 스트레스 레벨은 늘 높았다. 아이를 잘 키우려고 부단히 애를 썼지만, 체력 고갈로 인한 나의 심리 상태는 늘 불안정했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정말 감정은 ‘몸’의 문제이다.
몸이 피곤하니 좋은 감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음을, 슬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고스란히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시킨 것 같아서.
더 미안하고 슬픈 건, 그런 나의 심리 상태가 결국 아이 역시 불안도가 높은 아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호는 2호에 비해 특히 예민하고 불안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생각과 걱정이 많은 날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나와 같다.)
너무나 안타깝다. 1호는 불면증을 겪고 있고 불안 증세를 지니고 있다. 편도체가 늘 활성화되어있다.
그러기에 특히 잠을 며칠간 못 잘 때는 입에 담기도 싫은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나에게 건넨다.
나 역시 겪어봤기에 너무나도 이해가 되고,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수면에 관한 책도 많이 읽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나 스스로도 해봤다.
결국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고, 잘 먹고(저속 노화식), 운동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잘 자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느긋하고 걱정 없는 성격이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니 노력해서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잠을 잘 자면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리고 면역이 올라가서 덜 아프게 된다.
잠은 정말이지 보약이다. 잠은 만병통치약이다.
수년 전부터 나는 “기승전 잠”이라고 말하고 다녀서 ‘잠 전도사’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ㅋㅋㅋ
내가 고민한 것들을 정희원 교수님이나 김주환 교수님께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들을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전달해 주시니, 더 확신이 든다. 이분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너무나도 감사하다.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잠을 줄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아주 큰 부작용을 낳는다.
30대에 수년간 겪어봐서 안다.
그러나 여전히 ‘적정한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오르고, 판단력과 자제력,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수면은 인슐린 저항성, 대사 질환, 고혈압, 만성 염증, 암, 노화, 노쇠 등 건강의 매우 다양한 요소와 연관되어 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수면의 목적은 회복과 재생이다. 쌓인 노폐물들을 배출하고 죽은 세포들을 새로운 세포로 교체한다. 세포의 재생속도는 꺠어 있을 때보다 수면중에 2배 이상 빠르다.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수면은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몸이 아프다고 뇌가 신호를 보내면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통증은 잠시 쉬어달라는 몸이 보내는 신호다. 이것을 진통제를 통해 꺼버리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걸 기억하자.
<채소 . 과일식>, 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