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화. 아내의 PT 울렁증을, AI로 뒤집은 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로 가족의 일과 삶을 행복으로 채우는 어느 아빠의 실험기. 딸 시우는 여섯 살, 호기심 대마왕. 아내 서윤은 42세, 한 패션 브랜드의, 야근 많은 마케팅 팀장. 그리고 나는 40세 동화작가이자 콘텐츠 기획자. 본 연재 <AI로운 아빠생활>은 AI라는 똘똘한 비서와 함께, 딸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내의 하루를 덜어주며, 가족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우려는 한 아빠의, 엉뚱하고 다정한 실험 기록이다. 과연 '나' 시우아빠는 AI로 더 좋은 아빠, 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


새벽 2시, 아내의 책상 위 스탠드가 아직 켜져 있었다. 패션회사 마케팅 팀장인 아내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실력과 근성으로 성공한 ‘아날로그 에이스’. 그녀에겐 무대 울렁증이라는 오랜 약점이 있었다.


“여보, 나 미치겠어. 내 머릿속 비전이 이 PPT에 반도 안 담기는 것 같아.” 며칠 밤을 새워 만든 자료는 완벽했지만, 정작 수십 명 임원들 앞에 서서 보여줄 첫 장부터 막혀버린 것이다. 아내의 한숨 섞인 목소리. 바로 이때다 싶었다. 아내의 불안을 자신감으로 바꿔줄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가. 가정 행복 지킴이, 서윤 남편이자 시우 아빠인 내가 나서야겠군. "여보, 혼자 너무 끙끙 앓지 마. 내가 도와줄게. AI가 의외의 해결사가 될 수도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신의 한 수’가 되어야 할 오프닝 슬라이드였다. 아내는 “과거의 성공 방식(성벽)을 부수고, 새로운 시장(바다)으로 나아가는 담대한 도전”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제 아내의 머릿속 그림을 AI에게 전달할 프롬프트를 만들 차례. 이 정도는 AI에게 요청하면 뚝딱이다. 그렇게 나온 프롬프트를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입력했다. ‘고대의 성벽을 부수고 미래적인 디지털 바다를 향해 항해하는 패션 브랜드의 범선’...


엔터 키를 누르자, 이내 놀라운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굳건한 성벽을 깨고 나온 화려하고 세련된 배가 눈부신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압도적인 이미지. 단순한 그림이 아닌, 아내의 비전과 도전 정신이 담긴 한 편의 예술이었다. “미쳤다…! 이거 진짜 AI가 그린 거라고? 시작부터 다들 숨죽이고 보겠는데?” 아내의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


고개 하나를 넘으니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났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텍스트 보고서와 복잡한 엑셀 데이터를 어떻게 설득력 있는 인포그래픽으로 바꾸느냐는 것. AI 기반 프레젠테이션 툴 ‘감마’에 핵심 내용을 붙여넣고 ‘스토리텔링형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했다. 딱딱했던 줄글이 세련된 아이콘과 그래프로 재탄생했다. AI는 단순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고, 가장 효과적인 시각 자료를 제안하는 ‘전략적 파트너’에 가까웠다. 아내는 AI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더하며 발표 자료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마침내 발표날 아침. 신기하게도 아내는 불안에 떠는 대신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날 오후, 아내가 보낸 짧은 문자 메시지. "여보, 나 오늘 무대 찢었어." 짧은 문장에 담긴 아내의 희열이 느껴졌다. 이윽고 저녁, 퇴근한 아내는 스스로에게 놀란 듯 말했다. “솔직히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 봐 불안했는데, 오히려 내 생각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겠어. 무대가 두렵지 않았던 건 처음이야.” 아날로그 에이스가 AI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거실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여섯 살 시우가 팔짝 뛰며 외쳤다. “우리 엄마 최고! 발표 대장!” 그 한마디에 모두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가장 완벽한 발표의 가장 근사한 엔딩 슬라이드였다.


▶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1. 추상적 컨셉을 구체적 이미지로 바꾸기: ‘도전, 혁신’ 같은 막연한 키워드보다 ‘성벽을 부수는 배’처럼 구체적인 스토리를 명령해야 AI가 강력한 오프닝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발표의 첫인상은 컨셉의 구체화에 달려있다.


2. 데이터를 스토리텔링 인포그래픽으로 재구성하기: 엑셀 표와 보고서 텍스트를 AI 슬라이드 툴에 넣고 ‘핵심 요약과 함께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하자. 청중은 나열된 숫자가 아닌, 흐름이 있는 스토리에 집중한다.


3. AI를 단순 ‘툴’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활용하기: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쓰지 말고, 그 위에 자신의 전문 지식과 논리를 덧입혀보자. AI와 협업할 때, 결과물의 수준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AI는 내 능력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확장시킨다. ⓒ혁신가이드안병민



● '방구석5분혁신' 브런치 글이 내 일과 삶의 행복한 경영혁신에 도움이 되었다면 잊지 마세요, 구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화. AI 브리핑, 아내의 출근길을 바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