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굳이 꼭 해보고 실패하거나 상처받기 일쑤다. 음식도 예외는 아닌데, 그렇게 탄생한 보도 듣도 못한 기묘한 나만의 레시피는 그래서, 나의 유산과도 같다. 뱅쇼를 그렇게 끓여도 이 잼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좋은 재료를 잔뜩 넣은 뱅쇼를 끓이고 남은 와인에 절여진 온갖 과일의 잔해는 늘 처참하게 버려졌다. 어느 날 그 안의 레몬을 호기심에 맛본 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뱅쇼를 걸러내고 단단한 향신료들을 제거하고 남은 재료들을 모조리 갈아냈다.
내가 몹시도 좋아하는 잼을 만드는 시간. 그 향기롭고 따뜻한 시간은, 온갖 날을 세우고 산 나의 하루를 가만히 어루만져 준다. 잼을 먹지도 않으면서 냉장고 안은 온갖 잼과 청으로 가득한 이유. 가끔은 기묘하게도 유니크하지만, 따스하게도 향기로워서 주변 이들을 웃게 하는 마법같은 힘.
기묘한 소다 브레드(기묘한레시피_ep008)나 기묘한 시그니쳐 브레드(기묘한레시피_ep019)에 기묘한 치즈(기묘한레시피_ep003)를 얹고 킥으로 이 뱅쇼잼을 더해 먹는다면 와인이 계속 들어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갓 만든 따뜻한 요거트에 신선한 사과와 그래놀라, 그리고 이 뱅쇼잼을 더한다면 근사한 아침식사가 될 것이다. 잼과 청의 중간 점성으로 만든다면 차가운 탄산수에 섞어 뱅쇼 에이드로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