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레시피 ep.011

기묘한 뱅쇼잼

by 김묘한
나는 궁금한 건 꼭 해본다.

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굳이 꼭 해보고 실패하거나 상처받기 일쑤다. 음식도 예외는 아닌데, 그렇게 탄생한 보도 듣도 못한 기묘한 나만의 레시피는 그래서, 나의 유산과도 같다. 뱅쇼를 그렇게 끓여도 이 잼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좋은 재료를 잔뜩 넣은 뱅쇼를 끓이고 남은 와인에 절여진 온갖 과일의 잔해는 늘 처참하게 버려졌다. 어느 날 그 안의 레몬을 호기심에 맛본 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뱅쇼를 걸러내고 단단한 향신료들을 제거하고 남은 재료들을 모조리 갈아냈다.


내가 몹시도 좋아하는 잼을 만드는 시간. 그 향기롭고 따뜻한 시간은, 온갖 날을 세우고 산 나의 하루를 가만히 어루만져 준다. 잼을 먹지도 않으면서 냉장고 안은 온갖 잼과 청으로 가득한 이유. 가끔은 기묘하게도 유니크하지만, 따스하게도 향기로워서 주변 이들을 웃게 하는 마법같은 힘.


기묘한 소다 브레드(기묘한레시피_ep008)나 기묘한 시그니쳐 브레드(기묘한레시피_ep019)에 기묘한 치즈(기묘한레시피_ep003)를 얹고 킥으로 이 뱅쇼잼을 더해 먹는다면 와인이 계속 들어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갓 만든 따뜻한 요거트에 신선한 사과와 그래놀라, 그리고 이 뱅쇼잼을 더한다면 근사한 아침식사가 될 것이다. 잼과 청의 중간 점성으로 만든다면 차가운 탄산수에 섞어 뱅쇼 에이드로도 즐길 수 있다.


자유로워지자. 각자의 유니크한 레시피를 가질 수 있도록. 요리에도, 인생에도.


<기묘한 뱅쇼잼>


재료: 기묘한 뱅쇼(기묘한레시피_ep006)를 걸러내고 절여진 과일들, 유기농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 와인 조금, 생 타임, 생 로즈마리


- 뱅쇼에 절여진 과일 1 : 원당 0.3~0.5 (입맛에 따라 조절)

+ 향신료 러버라면 시나몬 파우더, 정향 파우더 등을 더한다.

+ 타임이나 로즈마리 대신 좋아하는 생 허브를 넣는다. 대신 드라이 허브는 노노!!

- 잼을 담을 유리병은 미리 소독해 둔다.


1. 뱅쇼를 걸러내고 남은 재료들을 식힌다.

2. 시나몬 스틱, 정향, 팔각 등 향신료를 제거한다.

3. 식은 과일류에 원하는 향신료(파우더류)를 더한다.

4. 곱게 갈아낸다. (뱅쇼를 걸러낼 때 말끔히 짜내었다면 와인을 한 컵 정도 사용한다. 그래야 잘 갈린다.)

5. 깊은 팟에 4와 원당과 타임과 로즈마리를 넣고 약불에서 계속 저어주며 뭉근한 잼 상태가 될 때까지 끓인다.

6. 소독이 되어 마른 유리병에 담는다.


- 기묘한 뱅쇼를 만들 때 친환경 과일들을 쓰고 레몬의 씨를 일일이 빼주는 과정을 거치는 데에는 이 뱅쇼잼을 위함도 있다. 신선한 과일을 쓰자. :)

- 뱅쇼에 쓰이는 시트러스류 과일에서 천연 펙틴을 얻을 수 있다. 잼을 굳히기 위한 다른 화학재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

- 원당은 입맛에 맞게 가감하면 된다. 잼을 굳히기 위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양은 꼭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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