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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Feb 26. 2024

무언가를 시작해 보고 싶거나 꾸준히 하고 싶다면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 내가 속해있는 글모임, 레브

토요일 아침잠에서 깨어나 물도 마시고 간단히 스트레칭도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여러 메시지 중 레브라는 모임의 글이 올라온 걸 보고 들어가서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토요일은 내가 속해있는 '레브'라는 글 모임의 마감날이다. 레브 모임에는 나이대도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8명의 사람들이 모여 일주일에 한편씩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토요일이 마감일이다 보니(?) 토요일에 올라오는 글들이 제일 많아서, 토요일 아침엔 (내가 사는 곳에서 토요일 아침 시간은 한국에서는 토요일 저녁시간) 레브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2023년 6월 에세이라고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던 내가 글이 쓰고 싶단 이유로 레브라는 모임에 용감하게 들어갔다. 이 모임이 마음에 들었던 건 '글 쓰는 여유'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레브 모임도 운영하는 분의 글이 좋아서였다. 글이 따뜻하고 차분해서 읽는 나도 마음이 차분해졌고, 내가 어떤 글을 써도 응원해 줄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글에서 느껴져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고, 그때 용감하게 쓰기 시작한 글을 여태껏 써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손발이 오글아 드는 일이다. 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처음 내 에세이도 그랬다. 발행을 누를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발행 버튼을 눌렀고, 레브 멤버들의 따뜻한 댓글에 계속해서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평가보단 내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글에서 여러 번 말을 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글을 쓴 건 나의 삶을 참 많은 방향으로 바꾸어 줬다. 그저 강가에서 표류하면서 살아온 나에게 글쓰기는 노를 손에 쥐게 된 것과 다름없었다. 노를 사용한 적도 없던 나는 갑자기 생긴 노를 이쪽으로도 저어보고 저쪽으로도 저어 보면서 삶의 방향이라는 건 내가 정해야 하는 것이고, 나에게 더 잘 맞는 방향을 찾아 그쪽으로 저어 가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에세이라는 걸 쓰면서 내 생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레브모임으로 돌아와서, 레브 모임은 내가 들어간 2023년 6월 보다 두세 달 먼저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일주일에 한편씩 올라오는 글을 통해, 가끔씩 길어지는 카톡의 대화를 통해서 레브 멤버들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글에 스며있는 서로의 고민들을 보게 되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워낙 위로라는 게 어려운 나는 답글을 달을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이건 너무 선을 넘은 거 아닐까?', '내가 나이가 좀 더 많다고 너무 아는척하는 건 아닐까?', '힘들다는 저 사람에게 이 말이 과연 위로가 될까?' 이런 고민들 때문에 나의 답글은 결국 형식적으로 마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도 댓글을 보면서 더 힘이 났던 적이 많이 있었다. 혼자 미소 짓기도 하고, 내 글이 좋았다는 말을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말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고 힘내라는 한마디와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상에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힘이 되어주는 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꾸준히 하고 싶을 때 같이 할 누군가와 함께 하라는 말은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막상 같이할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태껏 해본 적 없는 일이라면 특히 그렇다.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일단 이걸 내가 한다는 걸 주변에 알리기도 싫고, 부끄럽단 생각도 들고,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 일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안 해본 일이라면 처음 생각은 늘 그렇다. 주변 누군가에게 나는 이걸 할 거다 말하기도 힘든데, 모르는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가는 것도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혼자 하는 방법이 더 쉬워서 혼자 하게 되어버린다. 


나도 일을 할 때 같이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혼자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떨 때는 타의로 어떨 때는 자의로 혼자서 한다. 가끔씩 같이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모임에 참여해서 꾸준히 하고 싶은 일들을 함께 하기도 했었다. 어떤 모임은 나에게 잘 맞았고, 어떤 모임은 잘 맞지 않았다. 잘 맞는 모임은 오래 머무르면 되고, 잘 맞지 않는 모임은 나오면 된다. 참 간단한 건데 뭐든 시작하려면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이것저것 재게 된다. 신중한 것도 당연히 필요하고 너무 사전조사 없이 모임에 참여하기보단 자신과 잘 맞을지 조금이라도 알아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해보는 것과 바깥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많이 다를 것이다. 생각보다 더 잘 맞을 수도 있고, 덜 맞을 수도 있다. 대신 일단 마음이 동한다면 너무 많은 고민은 결정을 늦추거나 결국 그 일을 안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하고 싶단 마음이 생겼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 같이할 사람을 찾아 같이 해보자. 어찌 아는가? 거기서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지, 인생의 좋은 방향을 찾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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