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척하지 말고, 받아들여지는 부분부터 받아들여보자
The Vibe란 책을 읽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맞아! 이거구나, 어떻게 이걸 알아냈지?" 했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사이비 종교 같기도 한데.."라는 양가감정이 생겨나는 책이었다. 두 번째로 생기는 감정 때문에 읽으면서 찝찝함을 버리기가 어려웠다. 저자가 말하는 저 원리를 믿고 싶다가도 교주에 넘어가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갔고 저 감정은 곳곳에서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런 부분은 참 좋고, 이런 부분은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하는 두 가지 생각이 계속해서 교차해 갔다.
책을 다 읽고 덮고는 잠시 좀 멍했다. 저자가 말하는 i라는 나라는 자아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무의식의 자아로 이해하면서 봤고, 무의식의 자아가 요즘 나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무의식은 보이지 않는 실체다 보니 설명하기가 어렵고 내가 받아들이기도 누군가가 설명을 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설명의 방법도 너무나도 다양하다. 저렇게도 설명할 수 있고,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대한 양의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도 자신의 전문분야에 접목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통찰한 부분을 설명한다.
그렇다 보니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거 같다가, 이것도 틀린 거 같고, 저것도 틀린 거 같다. 계속 그런 혼란 속에 있다가 문득 내 방식으로 해석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여지는 건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많은 책의 저자들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부분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해석하는 방식도 받아들이게 되는 방식도 다르다. (물론 이 부분에 관심이 먼저 있다는 전제하에)
내가 기존에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선을 통해 해석하는 책을 만나게 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도 하다. 양가감정은 함께 오는 것인데 그중에 하나만을 선택하려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대부분은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쪽으로 자신의 입장을 놓게 된다. 기존의 것은 여태껏 그렇다고 믿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도 쉽고, 자신의 생각과 충돌할 일도 없다. 주변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가 갑자기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뭐야, 왜 이래? 너 이상해"라고 한다.
그런 간극을 줄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이해되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스며들게 하면 되는 것인데,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걸 배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너무 뻔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일이 될 때면 어렵게 상황을 바라보고 헤매게 된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쓴 저자에게 처음 책을 읽으며 사이비 교주 같단 생각을 했던 부분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다름에 대해서 저 사람이 이상하다며 정의 내려버리는 쉬운 방법을 선택해 버렸다. 그렇게 나를 타당화하고 싶었나 보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받아들여지는 건 받아들이면 되고.. 나와 맞지 않다고 배척하지 말자.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완전히 바뀌어서 예전에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던 그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남들이 보기에 더 이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