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시여.
강한 생리통이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친구와 가기로 한 소풍을 취소했다. 내내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오늘은 처음으로 우울증 약이 소용없었다. 생리통이 이토록 대단한 거였다니.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이 이렇게 강력했다니. 호르몬의 장난 때문인지 오늘은 극단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게 고통받다가 마침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만약 그가 죽지 않는다면 차라리 내가 확 죽어서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최후의 순간까지 저주하고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경멸하고 혐오한다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이런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지엔식스도 우울증 약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
남편이 앞으로 얼마나 비열하고 치졸하게 나올지 이제는 다 알아버려서일까. 이혼을 너무나도 하고 싶지만 이 더러운 현실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다 포기하고 싶다. 사랑을 진심으로 믿었던 내가 너무 싫다. 하필 이번 달은 생리통에 비 오는 날씨까지 겹쳐서 허리가 미친 듯이 끊어질 것 같다. 이대로 내 숨도 끊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 되지도 않는 생각까지 드는 걸 보면 호르몬이 정말 무섭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