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은 타고난 거라 평생 가는 건 줄 알았어요
외출했다 집에 오면 항상 침대 위에서 웅크린 채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본 여동생이
마치 병든닭 같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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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체력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또래들보다 머리하나가 더 있는 큰 키는
마치 운동을 잘할 것처럼 보여줬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그걸 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많은 운동부 영입제안을 받았고,
그런 제안에 두 번 생각 않고 바로 달려가서 등록했다.
하지만 배운 동작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코치님들은 난감한 표정을 보였고,
눈치가 빨랐던 난 당황해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빠르게 운동을 접었다.
그렇게 운동부 가입-탈퇴-가입-탈퇴라는 무한경험을 겪은 뒤에야
운동이란 건 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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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무슨 저질체력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더 움직인 날엔 다리가 아파 끙끙거리며 잠을 못 잘 정도로 허약했다.
소풍 전날엔 항상 두근 거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긴장돼서 그런 게 아니라,
내일은 얼마나 또 다리가 아플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소풍뿐만 아니라 개학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와 밤새 뒤척이는 내 다리를 어머니가 주물러 주던 게 기억난다.
남들에게는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날이
나에게는 걱정과 두려움을 주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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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스물넷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워라밸이라는 말도 없었던 15년 전.
체력에 비해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컸던 난,
출근을 하면 온 에너지를 일에 다 쏟았다.
그리고 주말엔 침대에 누워 다운로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다음주를 위해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일에 몰두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체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쉬면 회복되던 10대 때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취업만 하면 여행이나 취미생활도 할 것 같았던 상상과는 다르게
점점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먹고 눕고 먹고 눕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니니 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운동을 하면 체력이 늘고, 오히려 덜 피곤하다고 영양학 전공을 통해 배웠지만
그래서 하고는 싶은데 무슨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다 동네친구 kim이 크로스핏이라는 게 요즘 유행하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도 생겼다며
같이 등록하자고 권했다.
그렇게 나는 운동의 세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