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품위있는 그녀 Jul 19. 2024

크로스핏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들

그건 신체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 지난 화 마지막 -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코치님의 3,2,1 카운트와 함께

화이트보드 위에 걸린 전자시계가 작동했다.

2013년 4월 어느 월요일.

병든 닭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흘러나오는 노래. 우렁찬 코치님의 카운트 소리. 우리를 지켜보는 다른 회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순간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마음 깊은 곳에서 뭔지 모를 감정이 끓어올랐다.

전 타임 회원들처럼 멋있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몸도 마음을 따라 주면 좋으련만 비장한 내 마음과는 달리 몸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운동이라기 보단 일종의 '몸부림'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작은 참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개를 움직이는 것 같은 파닥 거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뭐에 홀린 건지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찼고,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운동을 다 해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치고 옆을 돌아보니 나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KIM은 먼저 운동을 끝내고 앞타임 사람들처럼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내뱉었다.

음악이 꺼졌다. 회원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무언가 해냈다는 뭉클함도 잠시, 든든하게 먹고 온 저녁밥이 속에서 불편한 신호를 보냈다. 퇴근 후엔 집밖으로 한발 자국도 안 나가던 딸이 첫 운동을 간다고 기뻐하며 엄마가 평소보다 거하게 차려준 밥이었다. 미슥거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어렵게 내려온 계단을 다시 올라가 1층 화장실에서 먹은 것을 다 토해냈다. 내 허약한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그 이상의 강도 높은 운동을 수행했기 때문에 아마 그날 오버트레이닝 증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

.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근육통이 왔다. 목이 칼칼하고 몸살기운 같은 오한도 느껴졌다. 지금이었다면 '운동을 과하게 해서 몸이 무리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을 텐데, 운동에 '운'자도 모르던 그땐 난생처음 겪어보는 증상에 이러다 병원에 실려가는 건 아닌지 겁도 나기 시작했다.

 첫날은 멋모르고 운동을 했다지만 이 사악하디 사악한 운동을 할 자신이 어제보다 더 없어졌다. 그렇다고 KIM에게 같이 운동을 다니지 못할 것 같다는 말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컨디션을 핑계로 오늘은 운동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KIM에게 말했다.

 운동을 가지 않았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이건 마치 아파서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가 결석을 했을 때 갑자기 몸이 다 나은 것처럼 놀이터에도 나가도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은 그런 마음과 비슷했다. 퇴근 후 곧장 집에 가 자야겠다고 생각한 마음은 사라지고 나의 분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엔 무시무시한 곳에 KIM 혼자 보냈다는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그날 밤 KIM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없어 외로웠다며, 내일부터는 꼭 같이 가자는 그의 말을 들으니 단호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여자에게도 의리가 있다는 걸 아는가?

나는 비록 몸은 허약해서 비실비실할지라도 친구와 한 약속을 저 버리는 비겁한 인간은 아니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한 달만 해보자가 아닌 '한 달만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크로스핏을 다니게 된다.

.

그 한 달이 두 달이 되었고

두 달이 세 달이 되고

6개월이 흘렀다.

어느새 나는 신입회원들이 오면 목청이 터져라 그들을 응원하던 무리들 중 한 명이 되어있었다.

운동이 끝나면 칼같이 짐을 싸서 BOX를 나오던 내가, 컨디션이 괜찮으면 다음 타임 한번 더 운동을 하고 가기도 했다.

WOD 하며 힘들어하는 새내기 회원들 앞에서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하지 않아도 될 WOD 같이 하기도 했다.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많이 변해있었다.

그렇게 내 첫 쇠질, 크로스핏은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제 운동 에세이를 끝낸 거냐고?

아니다!

그 후에 헬스, 에어로빅, 줌바, 필라테스, 폴댄스, 플라잉요가 등 나는 다양한 운동을 시도했다.

크로스핏(운동)을 시작하고 내가 얻게 된 것 중 하나가 자신감이다.

몸에 대한 외적인 자신감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뭔가를 시작하고 싶어도 혼자 할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던 예전에 내가 아니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운동들을 하나씩 도전해 나가고 어떤 운동이 나와 맞는지 찾아갔다. 마치 연애를 하듯이.

그럼 크로스핏은 왜 6개월 하다 끝낸 건지

나와 맞지 않았던 건지 의문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

.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죽일 놈에 연애 때문이라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BOX에서 한 이별 때문이었다고

.

.

쿠키스토리(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

오버트레이닝이란?

강도 높은 운동을 무리하게 실시함으로써 몸이 피로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해요. 오버트레이닝이 생기는 3대 원인으로는 과도한 증량과 운동량, 적은 휴식과 영양섭취, 쓸데없는 근성이라고 합니다.

증상으로는 운동 후 오한, 구토, 기력저하 등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첫 크로스핏 WOD를 마치고 구토와 오한 증상이 왔었어요.


크로스핏(운동)이 나에게 가져다준 것은?

크로스핏을 6개월 정도하고 저에게 생긴 변화를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외적인 것은

1. 체형의 변화입니다.

 마른 비만이었던 제 몸에 근육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면서 몸이 탄탄해졌습니다.

특히 스쾃는 크로스핏 WOD에 1주일에 1번은 빼놓지 않고 나오는 운동 었는데요, 맨몸에서 빈바벨로 그리고 중량을 늘려가면서 스쾃를 자주 하다 보니 주로 하체. 특히 힙업이 되고 옷을 입어도 태가 나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습니다.

2. 체력의 변화입니다.

 퇴근 후 골골되고 누워만 있던 제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해서 에너지를 다 쏟고 왔는데 오히려 힘이 나기 시작했어요. 무게를 치며 운동하는 여자라는 자부심근육량 증가로 기초대사량이 같이 올라가서인지 직장 생활에서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체력이 올라가니 일상 역시 달라졌습니다. 주말에 침대에만 누워있던 제가 혼자서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체력 향상으로 삶을 바라보는 물리적인 범위 또한 넓어졌습니다.

내적인 부분은

1. 자신감입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운동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시도하기 망설여지는 일이 앞에 주어져도 '이 어려운 크로스핏도 해냈는데 못할게 뭐가 있어?', '나는 60kg 스쾃도 하는 여자야'라는 마인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자립심

 자립심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서려는 마음입니다. 저는 성인이 되었어도 자립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무엇이든 혼자 할 때는 용기도 나지 않아 주저하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처음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혼자 등록하기에 용기가 나질 않아 KIM과 함께 다녔습니다.

크로스핏을 하고 자립심도 생기면서 다른 운동을 시도할 때 두려움 없이 접근하고 해내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3. 몸을 바라보는 태도(올바른 신체상)

 tv나 유튜브 SNS사용 증가로 인해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동경이나 비교가 정당해지는 것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과식증, 폭식증,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 및 우울이나 불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성장기 학생들이 이러한 왜곡된 신체상을 기준으로 갖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도해야 하는 것도 영양교사가 해야 할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 또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외형적으로 마르면 오로지 예쁜 거라고 생각했어요. 169cm의 제 큰 키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S사이즈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옷에 몸을 맞추는 삶을 살았습니다.

관리=마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적당히 근육이 있고 탄탄한 몸. 또, 제대로 먹지 못해 비실비실한 것보다는 건강하게 먹고 활력 있는 그 사람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건강한 몸이라는 걸 운동을 시작하고 직접 체감하면서 바뀌었습니다.

.

남들과 비교하고, 거기에 따라가려 하지 마세요.

당신은 몸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출처: 오버트레이닝 - 나무위키 (namu.wiki)

                                                                             그림: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