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 있는 못난 점도 좋아하려구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초 운동에 빠지면서 반팔 대신 나시티를 주로 입게 되었는데
그때 이 점을 발견했다.
조금만 더 작고 조금만 더 연했으면 좋으련만
이 점은 마치 옛날 봉숭아학당에 나오는 오서방의 점과 같다. 어깨 위에 찰싹 달라붙어 내 몸을 못생기게 해 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가끔 운동복을 갈아입다 이 녀석이 보일 땐 손톱으로 긁다 보면 없어질까 하는 마음에 몇 번을 긁적긁적해보기도 한다.
1시간만 투자해서 피부과에 가면 손쉽게 제거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점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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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살면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여름에 가디건을 챙겨 입었던 내가 무더위에 못 이겨 일상에서도 민소매를 즐겨 입고 있다.
덕분에 어깨의 점은 하루종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점을 얼핏 본 사람들은 벌레가 내 어깨에 앉은 줄 알고 잡아주려고 하기도 하고
다 큰 성인이 뭘 묻히고 다니냐며 지워주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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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들은 어깨 위에 점을 볼 때마다 이게 뭐냐며 묻는다.
하루에 한 번씩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수박바에 있는 수박씨야"라고.
몇 번을 속았음에도 속아주는 척을 하는 건지 잊어버리는 건지 아들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 내 어깨의 점을 문지른다.
그 정도로 내 어깨 위에 점은 그냥점이라고 하기엔 너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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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엔 기미가
몸엔 보이지 않던 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어 열심히 운동도 하고 여유가 있을 땐 관리도 받지만
왠지 이 점은 빼고 싶지 않다.
노화가 싫어서 어깨의 점도 용납하지 않는 호들갑 떨고 있는 여자같이 스스로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끔은 이 점을 중심으로 꽃모양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이미 행동으로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내 부족한 점도.
못나 보이는 어깨에 수박씨 같은 점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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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도 더 변하는
변덕이 들끓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내가 더 중요하지'라는 생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어깨에 꽃모양 타투를 하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점이 도대체 뭐라고 의미를 부여할까'라고 하며 피부과에 가 제거하고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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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내 어깨에 착 달라붙은, 수박씨 같이 보이는 이 녀석을 예뻐하는 중이다.
이 글을 통해 부족한 점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길 바랐습니다.
독자분들은 자신에게 어떤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제 어깨의 점처럼 사소하고 작은 것이어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경험을 댓글로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