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품을 수 있을 만큼만
월급은 내 통장을 스쳐갈 뿐
쉬지 않고 일하는데 살기 더 팍팍해진다.
이번생엔 부자가 되긴 글렀나 보다.
아파트 대출금, 관리비, 아이교육비, 보험료, 각종렌탈비 등...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에서 고정비를 제외하면 나머지를 어디에 쓴 건지 내 손에 쥐어진 게 없다.
돈에 발이 달려 도망갔을 일은 없을 테고
숫자 받아쓰기가 된 가계부를 펼쳐보면 그제야 돈의 행방을 알 수 있다.
h*m 20,000원, 소품샵 7,000원 아*박스 9,000원...
그 물건들은 옷가게라면 기본티가 되고, 소품샵이라면 가방마다 달고 다닐 키링이 된다.
문구점이나 공방이라면 새로운 그립의 펜이나, 매일 사용하는 에코백 정도가 내 지출의 패턴이다.
이런 것들은 더 큰 지출을 막기 위해 작은것으로 나를 달래는 일종의 의식에 가깝다.
집에 돌아와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비슷한 물건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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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소하게 사는데 즐거움을 준 그 물건들이
가끔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좁은 공간에 비슷한 물건들 여러개가 모여있는 게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다.
무슨 생각으로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모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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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비우면 좋으련만
세월아 네월아 하는 내 성격을 알기에 하루에 1개씩 물건을 비우고 있다.
오늘도 선물받은 고가의 화장품을 다른 이에게 보냈다.
비싸다는 이유로 언젠가는 쓰겠지 생각하며 화장대 구석에 두고두고 묵히고 있었다.
많이 가지는 것만이 행복한 줄 알았는데,
가진걸 덜어내니 그만큼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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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진 소유의 그릇.
그 크기는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