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한 방울을 떨어뜨릴 수 있는 사람일순 없을까?
평일 아침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저 집은 남편이 손하나 까딱 안 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워~워~ 걱정하지 말아라.
작년 한 해 아이케어를 주로 맡아한 남편을 위해 자진해서 평일에 가사와 육아를 도 맡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과는 보통 7시쯤 일어나 샤워를 한 후 세탁기와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킨다.
자주 깜빡하니까 분리수거할 재활용품들을 미리 문 앞에 내놓는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해도 될 일을 일어나자마자 하는 이유는 해야 할걸 빨리 해 놓고 빈집에서 여유 있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정리가 어느 정도 되면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요리를 하다 보면 몸관리하느라 아침에 프로틴과 오트밀로 끼니를 때우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싹튼다.)
아이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어느새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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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날도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고
아이에게 먼저 나가 엘리베이터를 잡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아이의 목소리에 허겁지겁 분리수거 쓰레기를 챙겨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아들을 바라보는 순간.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본 아들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민망할 때 짓는 특유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20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집은 26층이다.
1층 아니면 지하주차장까지 다시 올라와 바지를 입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터져 나오려던 웃음이 짜증으로 바뀌었다.
결국 아이에게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냐' 등의 잔소리를 한참을 훈계했다.
아이는 풀이 잔뜩 죽어있는 채 학교에 갔다.
아침을 부산스럽게 보내고, 아이에게 야단까지 치고 나니 기운이 다 빠져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만 입고 탄 아들과 둘이 깔깔거린다.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다.
다행히 지각은 하지 않았다.
그날의 에피소드는 우리에겐 추억이 된다.
그랬다면 아이가 좀 더 기분 좋게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의 일이 마음속에 남아 종종 떠오른다.
풀이 죽어 학교에 들어가던 아이의 뒷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 역시 매일 아침이 정신없을 것이다.
샤워하고 옷을 꺼내 갈아입고, 가방과 준비물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나보다 먼저 나가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느라 신발도 다 신지 못한 채 깽깽이 발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누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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