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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0121 14화

위로는 마음에 새 싹을 틔우고

위로하고 위로받다

by 스와르

나의 생일을 맞아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었다. 원래 약속은 생일을 지나고 며칠 후.

그런데 친구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

이별을 겪고 크나큰 슬픔이라는 파도에 잠겨버린 것이다.

이미 며칠 동안 톡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고 털어놓고 싶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겠는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순간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조율하여 당장 만나자고 하였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휴지를 손에 쥐어주는 것,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친구가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위로를 해주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감정의 환기를 시키기 위해 웃게 만드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일은 참 어렵다.

나도 숱한 감정들을 겪어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과 위로보다 나의 감정이 훨씬 크게 다가왔었기에 마음이 추슬러진 다음에야 그 위로들이 진심으로 다가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따뜻함을 그제야 비로소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위로가 조금은 가닿는지,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인지 늘 조심스럽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가 후회 없이 다 해보고 끝이 났다면 이제 마음에서 놔주라고.

눈물 나고 짜증 나고 상대방도 괴로웠으면 좋겠고, 나만 힘든 게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네가 결국엔 먼저 웃고 있게 될 거라고.

너의 본모습을 사랑해주지 못하는 사람은 너를 힘들고 슬프게 할 자격도 없다고.

누군가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위축되고 슬퍼하기에는 네가 너무 아깝고 소중한 사람인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울며 웃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조금은 뒤숭숭한 마음으로 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친구에게 잘 들어가라고 메시지를 쓰고 있는 중 먼저 장문의 연락이 왔다.


오늘 너의 생일 축하해 주려고 본 날인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마음 다독여지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이네 ㅎㅎ

요즘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나 혼자 끙끙 앓기도 하고 괜찮은 듯 아닌 듯 지나가는 날들이었는데
무조건 내 편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너 덕분에 진짜 큰 위로받았어
너의 얘기 듣고 있을 때도 ‘그래 맞지’ 했는데 지금 집 가는데 괜히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어... 정말 고마워

진짜 예전부터 느낀 건데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나한텐 정말 큰 행운이야
그래서 남들한테 세세하게 말 못 하겠는 부분까지 마치 나만의 안식처처럼 너에게는 다 털어놓게 되나 봐... 좋은 얘기만 들려주고 싶은데 ㅠㅠ

여하튼 너의 말 안에 담긴 따뜻함이 나한테는 그냥 말이 아니라
하나하나 큰 힘으로 남는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었어

내가 지금 당장 바로 덜 힘들 순 없겠지만 그래도 너의 위로를 생각하며 앞으로 더 잘살아볼게
오늘도 너무너무 즐거웠고 다음에는 꼭 ‘긍정ㅇㅇ’으로 나타날게

-친구의 메시지


지금 ㅇㅇ한테 톡 쓰고 있었는데 카톡이 와서 눈물이 핑 돌았어

그 힘들고 짜증 나고 뒤숭숭한 마음 뭔지 알아서 더더욱 ㅇㅇ이를 위로해주고 싶었고 지나면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나도 어느 날에는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엄청 힘들어했겠지?
그런데 지나고 나니 정말 수많은 일들 수많은 감정들 중 하나의 해프닝처럼 되어있는 걸 느낄 때면 ㅇㅇ이가 지금 힘든 것보다 조금은 덜 힘들고 조금이라도 빠르게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야

이 시간이 지나면 더 단단해진 ㅇㅇ이가 되어있을 거라 믿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게 누구든 더 많이 사랑하고 덜 상처받기를 친구로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

그리고 나한테 다 털어놓아줘서 고마워 ㅇㅇ아 그 사람 때문에 열받긴 했지만 나는 네가 너무너무너무 아깝고 더 좋은 사람에게 사랑만 받길 바라

항상 너의 편 너의 행복만 바라는 나...
ㅇㅇ아 무조건 행복해져 무조건 사랑받아 무조건이야

-나의 답장


연락을 받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의 위로가 친구에게 닿았구나 하는 생각에 다행이었고 그걸 표현해 주는 친구에게 감사하였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나의 위로가 덧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결국엔 스스로가 깨닫고 마음을 다잡아야 힘듦과 슬픔으로 뒤덮인 벽을 부수고 햇빛이 비추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선을 잘 지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위로에는 방법도 정도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위로받는 사람이 그 마음 그대로를 잘 받아주어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시간이 지나 슬픔을 이겨내고 나면 황폐했던 나의 마음에 뿌려진 위로의 씨앗이 싹을 틔워낸 걸 발견한다.

내 안에 새로운 희망의 새싹들처럼 누군가의 마음에도 내 위로가 척박한 마음에 결국은 새싹을 피워내겠지.


위로를 하며 나도 위로를 받는다.

내가 언젠가 힘들었던 시간 슬펐던 그때

듣고 싶었던 말들을 해주며,

내 말에 마음이 움직이고 위로받는 누군가를 보며,

나도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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