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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0121 16화

5월의 이름은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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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5월의 마지막 날,

내가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원래 자신과 관련된 숫자들, 단어들을 무의식적으로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나는 숫자 5를 제일 좋아하고

친구가 편지에 적어준 말처럼

‘초록초록한 세상이 되는 이 계절을 닮아 늘 싱그러운’ 내가 되는 것 같아 5월을 유난히 더 사랑한다.


5월은 여러모로 웃음과 행복한 기운이 만연하다.

어린이날이 있고 부처님 오신 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다.

쉬는 날도 많고 서로를 축하하고 함께하고 같이 즐기는 날들이 많아서인지 하루하루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5월의 초록잎들은 또 얼마나 무럭무럭 무성해지는지.

하루가 다르게 초록빛은 눈이 부시게 빛이 나고

초록잎들은 앙상했던 가지를 가득 채우고 사람들에게 동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여러모로 다정하고 자비로운 날들이다.


나의 5월은 다정으로 가득하였다.

초대 티켓을 받아 뮤지컬 ‘알라딘’을 재미있게 보았고

하루아침의 변덕으로 허리까지 길렀던 긴 머리를 싹둑 잘랐는데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과 많은 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받았다.

내 친구들은 생일이라고 일찌감치 약속을 정하고 집 근처로 와주었다. 체력이 부족한 나를 위한 배려였을 테다. 양손 가득 고심해서 고른 선물을 주고, 편지를 건네주고, 생일이어서 누릴 수 있는 더욱 특별한 다정함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는 동네 강아지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었더니 주인분이 고맙다며 랴이에게 펫라이트를 즉석에서 선물해 주었다. 강아지 친구들(바비, 부) 주인분도 랴이의 이름을 기억해 주었는데 그게 뭐라고 나도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것이 이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다니 다정함을 나눠 가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산책을 하다가 만난 고양이와 친해지기도 하였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는데 아기 고양이였는지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었는지 가만히 있으니 어느새 다리 옆으로 와서 몸을 비비며 빙글 돌더니 옆에 풀썩 누워서는 골골대며 잠을 자고 있더라.

집에 돌아와 길에서 잠을 청할 고양이가 걱정되어 새벽에 다시 나가보았다. 냄새를 맡고 온 것인지 또 우연이었는지 경계도 없이 다시 다가와 빙글빙글 돌더니 또 풀썩!

한참을 만져주고 바라보고 걱정하다가, 새벽 산책을 하는 강아지가 다가와 엉덩이를 내밀길래 잔뜩 예뻐해 주고 집에 돌아온 기억에는 동물들이 준 다정이 가득이었다.

생일 하루 전날에는 갑자기 내 앞으로 택배가 도착하였다. 친구가 만난 날 챙겨 오지 못한 선물을 택배로 보낸 것이다. 다음번에 만날 때 주겠지 했는데 선물처럼 온 진짜 선물. 그 안에 또 한가득 담긴 친구의 마음과 편지가 나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나에게 생일은 조금 겸연쩍은 날이 되어버렸다.

뭐 그렇게 대단한 날인가 싶다가도

그냥 넘어가기엔 조금 섭섭하고

너무 시끌벅적 지나가도 쑥스럽다.

매년 5월 즈음이 되면 여러 마음이 공존한다.

계절이 바뀌면서의 싱숭생숭함,

여러 기념일들이 가득하여 설레면서도 뭔가 어수산한 마음,

생일을 앞두고 좋지만 마냥 좋아하지는 못하는 모순적인 마음.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5월이 시작되면 나는 대부분의 날들을 더 많이 웃고 있더라.

그냥 하늘만 쳐다봐도 웃음이 나오는 날씨이고 하늘인걸.

다정함을 건네준 사람들과 다정했던 순간들로 하여금 나는 5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빠짐없이 행복을 가득히 마음에 채운다.


5월 마지막 날에 태어나 6월의 문을 열며

다정했던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나에게 다정하였던 모든 사람들이 내일은 더 다정하기를,

스스로에게도 다정함을 건넬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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