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인정하기
나를 인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잘하고 좋은 점을 인정하기엔 멋쩍고
못하고 못난 점을 인정하기엔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나를 나 그대로 인정한다는 건 어떤 상황이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일 테다.
나는 운 좋게도 유전적으로(?) 가정환경적으로 인정을 엄청 잘한다.
어렸을 때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일단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왜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도록 배웠고,
크면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다 보니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들을 컨트롤하며 나의 기분, 나의 감정, 나의 생각들을 인정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 같다.
게다가 인정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니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기분이 좋은 것,
내가 잘 못하는 것, 내가 실수한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마음속에서 덜 헤매게 되었다.
내가 잘하고 칭찬받을만한 일에 인정하는 게 어때서?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나의 태도도 당당해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말이나 칭찬을 들었을 때 과도한 겸양보다는 유쾌한 인정이 따를 것이다.
내가 잘 못하고 못난 모습을 인정하는 건 어때서?
누군가 나의 못난 모습을 들춰내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내가 숨기고 싶은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못나고 숨기고 싶은 모습일수록 스스로가 인정을 해야 한다. 못생긴 내면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잘하지 못하는 것은 얼른 인정하고 잘해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포기하고 얼른 놓아버리고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인정하는 것은 어쩌면 나를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고 냉담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늘 감정적으로 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배우고 스스로 터득한 ‘인정’은
감정의 늪에서 자꾸 가라앉는 나를 구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그 감정이 기쁨이고 슬픔일지라도 몇 날 며칠씩 이어지며 그 감정들이 나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또 다른 감정을 맞이하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나는 평온해야 하고 나 스스로 나의 상태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나는 흔들린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나는 자꾸 뒤로 밀려나기도 할 것이다.
기쁠 때는 하늘을 날다가도, 슬픈 일에는 땅에 곤두박질치기도 하겠지.
그럴 때면
‘아 내가 이 사람보다 못하는구나.’
‘내가 더 나은 점은 무엇이구나.’
‘나는 지금 너무 기쁘구나. 그런데 조금 자제해야지.‘
‘나는 지금 화가 난다. 왜 화가 나지? 아 이것 때문에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해봐야겠다.’
‘슬프네. 왜 이렇게까지 슬프지? 내가 지금 조금 감정적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의 감정 그대로 생각 그대로 인정을 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 자존감의 발판이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나의 길을 정한다면 누구의 평가도 상관없는 것이다.
나와 100%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마음을 갖고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결국엔 나 혼자이지만 ‘나’라는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보다 더 큰 인정이 어디 있을까.
그냥 ‘내가 그렇구나~’하고 인정하는 것이 모든 발자국의 시작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원하는 상과 다른 모습인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인정하는 게 어때서?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
최고의 자기 객관화이자
자존감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