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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0121 17화

안녕히 가세...요

이웃이란 무엇인가

by 스와르

막내 동생이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서는 털썩 주저앉아 푸념을 늘어놓았다.


언니 여기 아파트 사람들은 이상해.

인사를 해도 받아주질 않아.


나도 느끼던 바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일단 인사를 하곤 하는데

10번 인사를 하면 5번은 아무 대꾸도 없는 사람이 5명인 것 같다.

특히 옆 집 사는 사람들과는 여러 번 마주치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

1층에서 함께 타고 같은 층에서 내릴 때도 늘 인사에 대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막내 동생의 푸념에 뭐라고 해 줄 말이 없었다.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봐가면서 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한두 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지만 계속 반복되는 인사 거절(?)에 무안한 마음과

자신이 인사할 마음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인사를 하면 꾸벅 목인사라도 하게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곤 한다.


전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요즘이다 보니 굳이 이는 척하고 싶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은 어떻게든 이해를 하려면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는 할 줄 아는 그런 여유와 예의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아이들이 함께 아파트에 살고 있고 곳곳에서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

집을 나서며 이웃과도 인사하지 않는 사람이 사회에서 남들과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자신이 필요하다면 남들에게 먼저 인사를 걸기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씁쓸해진다.


어제도 엊그제도, 그리고 오늘도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는 사람의 뒤통수에 대답 없는 인사를 하였다.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마음에 옹졸함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런 일로 더 크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먼저 인사를 해주고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에 같은 인사를 건네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에 당연함은 없음을 깨닫게 되고

같은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더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도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들을 내뱉을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너그러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주의 사회는 서로가 너무 외로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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