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대물림
흔히들 말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그러면 사랑을 잘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것에도 서툴까?
엄마는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터울이 있는 언니 두 명과 연년생으로 쪼르르 있는 언니, 오빠, 그리고 엄마 이렇게 다섯 명이다.
전에 썼던 글에서 언급했듯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부산 분이시라 가부장적에 엄하시고 바깥일을 하시느라 바쁘셨고, 할머니는 모성애가 부족하여 자식들에게 사랑보다는 본인의 만족감을 채워주길 바라며 살아오시던 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막내로 태어나 사랑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감과 엄마의 사랑스러움과는 완전 다르게 엄마의 유년 시절은 사랑에 대한 굶주림, 그리고 체념, 그 자체였다.
엄마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 때인 네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에 대한 어려움, 애정의 결핍을 느끼며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왜 그러지?’
‘내가 잘못을 했나? 내가 미운가?
평생을 이런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내가 태어났다.
엄마는 나를 키울 때 사랑을 어떻게 주고 어떤 식으로 바르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서 모든 것을 책으로 배웠다고 한다.
육아서적을 여러 권 사서 읽고 또 읽으며
교과서적인 말들을 그대로 따라 행동해보기도 하고
적혀있는 말 그대로 나에게 들려주며
그렇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웠다.
수십 년이 지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엄마의 마음속 결핍과 나를 키우며 처했던 힘든 순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나는 점점 깨달았다.
엄마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상처가 가득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무너지지 않고 더 큰 사랑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어릴 적 상처받고 마음속으로 방황하던 그 시간들과, 그 시간이 흘러 엄마가 가지게 된 생각들과 가치관.
이런 것들은 엄마가 엄마 스스로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끝없이 물어보고 고뇌하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책을 통해 나에게 사랑의 언어를 내뱉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사실 엄마는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사랑을 무한정으로 주고 그 사랑으로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대답해 보자면,
물론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잘 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을 받고 못 받고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토대가 되고 그 사랑이 무너지지 않는 깊은 뿌리라는 것을
나는 엄마를 보고 배운다.
엄마는 어릴 적 혼란스러움과 상처로 종종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이미 사랑을 한없이 받은 자식으로서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도 없고 감히 위로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엄마는 그런 환경에서도 맑고 싱그럽게 피어난 꽃이고 난초 같은 존재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엄마의 아픔을 도려내고 더 크고 진실된 사랑만을 온전히 자식들에게 대물려준 엄마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사랑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