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믿으세요
베스트가 워스트일 수도 있어요
좋은 책을 만드는 건 모든 출판사의 목표입니다. 그럼에도 양질의 책을 더 많이 만드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너무 많아 다 소개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푸000컴, 비0소, 시0주0어의 책들은 제가 읽어도 참 좋았습니다. 반대로 모든 어린이가 읽는 거의 절대적인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도 해외에서 지낼 때 그 시리즈를 구하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어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대하고 책을 열었는데 얼마 못 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에 조소, 시기, 질투,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렵게 구한 책을 버릴 수 없어서 일단 읽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그 책의 장점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놀라운 속도로 터득했습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그 시리즈를 처분했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면 한 번쯤 재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기와 가치가 항상 비례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문학과 비문학 사이에서 선택하다
연령 및 수준별 독서지도는 중요합니다. 연령에 맞게, 수준에 따라 독서하도록 지도하는 게 정석이겠지요. 그렇다면 책의 수준과 글의 양이 중요할 텐데 저희 부부는 글밥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재미를 느끼면 수준보다 높은 책이더라도 읽는 것을 막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좋거나 필요하다고 해서 강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초등 3~4학년 정도의 부모님들이 갖는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비문학입니다. 전문가들은 매체를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을 지난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비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 중심의 독서에서 본격적인 지식의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저도 그 주장을 존중하지만 완전히 동의하진 않습니다. 저는 교사, 교육 전문가, 독서지도사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아빠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아이를 위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위주의 책만 읽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여기에서 의미는 어떤 결과를 얻느냐는 물음입니다. 초등교과서와 연계되는 비문학이 아닌 문학이 학업성취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이 질문은 의견이 분분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문학은 비문학보다 비경제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좋은 책은 반드시 세계와 연결고리가 많습니다. 니체를 비롯한 철학 및 사상가들이 도스토옙스키에게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정말 좋은 문학작품은 지성사와 경제사, 역사를 우리 앞에 제시합니다. 읽으면 변화의 지점에 서게 됩니다. 이는 어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부모의 노력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얼마든지 유효한 지식을 채울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책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책은 배반하지 않는다
책은 배반하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도 의심이 듭니다. 그러면 실험을 합니다.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지만 저희 아이는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모범생 스타일은 아닙니다. 학교에서 두 차례 반장을 했지만 그것과 학업은 별개입니다. 다양한 책을 읽지만 비문학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책이 동화 및 소설이며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 국어, 수학, 과학 문제집을 기습적으로 풀게 합니다. 서점에 가도 아이를 불러서 문제를 풀게 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집의 수준이 다르니 쉬운 것부터 가장 어려운 문제집까지 다양합니다. 사실 저희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 또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만약 문제를 잘 풀지 못하더라도 기존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채점을 하면 모든 문제를 다 맞히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만은 확인이 됩니다. 사실 지역과 학교마다 성향과 수준이 다르다는 걸 압니다. 선행학습까지 고려한다면 자기 학년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책은 배반하지 않습니다. 책의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자녀가 책을 좋아한다면 믿고 지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계속해서 읽으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사진은 초1때 모습입니다. 부모는 좋아라 사진 찍고, 아들은 카페 구석에서 저러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