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널 키우는 건 우리의 일이었어

by 모든

아이가 처음 외출한 날, 기분이 몹시 좋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듬해 봄으로 기억한다. 육아에 지쳐있던 우리는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한 손에 아메리카노를 들었다. 정말이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자유를 만끽했다. 첫 외출 후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와 처음 외식하던 날, 우리는 바구니 타입의 유모차에 아이를 눕혔다. 아이가 잠들면 그때 몰래 밥을 먹자고 계획을 세웠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가 잠에 푹 빠져 주길 바랐고 바람대로 아들은 깊은 잠에 빠졌다. 오예~!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주문하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지던 무렵, 메밀 막국수가 나왔다. 실물을 영접하고 나니 참을 수가 없어서 국물부터 들이켰다. 평상시 애정하던 맛집이라 너무 맛있었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먹으려던 찰나, 아이가… 눈을 떴다.


당시 식당에 아기를 데려온 비슷한 또래의 다른 부부가 있었다. 아이가 유모차 안에서 핸드폰을 열심히 보는 동안 부부는 틈을 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힘듦을 왜 모를까. 나도 알고 있다. 저 짧은 찰나의 자유의 의미를.


비록 우리 부부는 합의를 이룬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맞았는지 번갈아 가며 식사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아내가 허겁지겁 흡입했고, 아내가 데리고 나가면 내가 정신없이 욱여넣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내는 자주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물론 아이에게 영상물을 보여줄 수 있다. 부모가 무슨 죄인은 아니니까. 자녀를 기르는 고생을 생각하면, 잠시 잠깐의 자유를 어떻게 타박할까. 그런데 우리 부부는 돌려 막기처럼 그렇게 외식문화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집에서나 밖에서 식사하면서 핸드폰을 보여준 적이 없다. 우리 부부의 다짐을 통해 아이는 핸드폰 없이 자라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토요일에 자기 일을 마치고 건전한 게임을 허락한다. 딱 한 시간만. 핸드폰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연수 작가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생각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고, 그래서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단다. 부모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떠올려본다. 나는 아내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비교가 못 된다. 그래도 아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한다.


아들이 부모의 소유라면, 그를 세상에 보내는 것 또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찍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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