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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빔히 Sep 15. 2024

내가 그린 그림

내 그림은 보면 안돼요

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나 자신을 해치는 행동이 지속되어 급하게 입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번 입원한 병동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그중 미술치료라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전에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나의 그림을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꺼려한다. 그렇기에 이 병동에 입원하게 됐을 경우 굳이 힘들게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참여하지 않는다. 아직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기에.


하지만 며칠 전 간호사님들의 권유에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결국 중간에 도망쳐 나왔다. 나의 불안은 점점 커졌고 나의 그림을 비웃고 있을 거라 상상하며 나를 고통 속에 몰았고 결국 안정실에 가게 되었다. 누굴 탓하는 것이 아닌 무리한 선택을 한 내 탓이다. 불안이 높은 걸 알면서도 시도한 건 나의 문제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림 그 조그마한 하나를 그리고 이렇게 괴로워할 일인지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다. 나는 평생 공포감에 회피하게 될까 두려워 나의 미래가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쉬운 일 하나 못하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니까.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림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자신이 없다. 아직도 그림 그리는 것만큼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별로 없다 생각하여 이것을 이겨내는 일은 더욱 힘든 과정일 테고 그림을 못 그려서 더 이런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이번 입원하면서 한 간호사쌤께서 나에게 해준 말이 있는데 그냥 그렇구나 하며 넘기면 된다고 하셨다. 그림을 보여주기가 힘들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완벽한 해답이다라고 할 순 없지만 이것 하나 힘들다고 못 사는 건 아닐 테니까. 또한 나중에 준비가 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사회불안장애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성장 중이다. 내 생각에는 모든 걸 노력한다 해서 다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발전만큼은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나를 기대하며 무너지는 순간에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내 자신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며 나를 꼭 안아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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