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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향미, 커피의 경험 A

by doklip coffee



#1.커핑: 커피의 품질과 향미를 평가하는 방법


현재 커핑(cupping)은 커피를 감별하는 글로벌 프로토콜입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커핑은 커피를 감별하고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 되었습니다. 커핑은 커피수입업자들이 시작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나쁜 커피를 걸러내는 장치였습니다. 과거 커핑은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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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커피는 노예적 노동환경에서 생산되는 환금작물입니다. 커피 생산자들에게 커피경작이란 생계유지, 목숨유지의 방편에 불과했습니다. 커피 생두(green coffee)에는 농부의 정성과 자긍심, 곧 따듯한 농심(農心)이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참혹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커피노예, 식민지 원주민들은 커피에 흙이라도 섞어 보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커피농사는 생의 저주였습니다. 아직도 특정지역의 농부들이 커피를 싫어하고 마시지도 않는 역사적인 이유입니다.


지금도 커피는 공정하게 거래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커피농부들은 농사에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일 수 없습니다. 커피생산과 가공을 위한 인프라도 열악합니다.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농사입니다. 굳이 더 좋은 커피를 위해 정성을 다할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커피가격(C price)은 똑같습니다. 이러한 생산조건 속에서 생두의 최종품질이 좋거나 균일하기는 어렵습니다. 커핑은 더 좋은 커피를 위한 관능평가(sensory evaluation)보다는 더 나쁜 커피를 찾아내는 관능조사(inspection)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2.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커핑 시스템


전문가들은 커핑을 더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제도적 시스템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후 잘 정비된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커핑 시스템은 글로벌 커피 생태계의 표준으로 수용됩니다. 협회의 커핑 시스템은 특정된 커피를 대상으로 아로마(aroma), 프레그런스(fragrance), 향미(flavor), 뒷맛(aftertaste), 마우스필(mouthfeel), 단맛(sweetness)을 찾아내고 평가하는 글로벌 프로토콜이 되었습니다. 정교하고 복잡한 커핑 시스템을 최대한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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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은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와 품질, 곧 스페셜티의 향미를 찾아내 평가하는 관행적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커핑을 활용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Ethiopia Yirgacheffe Koke)의 평가사례를 보겠습니다. 평가사례는 커피전문매체 커피리뷰(Coffee Review)에서 발췌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는 라이트 로스팅 되었으며 커핑은 오랜 경험의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평가결과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었습니다.


“밝고 달콤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향미. 청포도, 캐슈버터, 아가베시럽, 삼나무, 인동초의 향과 맛. 달콤함과 주스 같은 새콤함, 가볍게 스치는 마우스필. 캐슈와 청포도 향의 뒷맛.”


평범한 사람들은 이러한 평가와 표현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들은 특정 커피향미의 풍부함과 다양함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평가와 표현에 의구심을 같기도 합니다. 물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향미의 풍부함, 다양함은 화학적 실체로서 존재합니다. 대체불가의 상태로 존재하는 커피향미는 커피리뷰에 표현된 것보다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세상에는 무려 40여만 가지의 냄새가 있으며 인간의 후각이 구별해 낼 수 있는 냄새는 대략 1만 가지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문가의 평가와 표현은 공허한 것이 됩니다. 전문가의 리뷰는 다른 사람과는 공유할 수 없는 표현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경험에 결코 공감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커핑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잔커피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한잔을 특정한 시공간에서 평범한 사람에게 주어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음 도표는 보통사람들이 커피를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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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를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은 (1)한잔커피와 그것을 둘러싼 시공간에 대한 순간의 감각정보들을 뇌로 보냅니다. (2)이후 사람들은 뇌에 저장된 다른 (지식) 기억들을 불러내 보내진 감각정보들을 분석하고 다시 체계화시킵니다. 그리고 (3)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를 최종 인지, 인식하며 이러한 경험의 상태를 뇌에 저장합니다.


전문가들은 훈련된 미각, 후각, 촉각의 감각(sense)을 활용해서 커피향미를 판단하며 평가합니다. 그들은 주어진 한잔커피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에만 주목합니다. 전문가 개인의견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오감 전체를 활용하며 동시에 지각을 작동시켜 커피향미를 경험합니다. 감각이 생물학적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지각은 개인의 문화적 상대주의와 관계하는 인문적 느낌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감각이 주도해서 판단하는 커피향미와 감각, 지각에 의한 커피경험은 완벽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도구화된 커핑의 최종목적은 특정 생두에 대한 관능평가를 의미합니다. 미각, 후각, 촉각(mouthfeel)에 의지하는 관능평가는 생두에 대한 화학적이며 물리적인 품질과 이에 따르는 경제적 가치에 주목합니다. 대상 커피에 대한 평가자의 주관적이며 비경제적인 지각은 가능한 평가에서 제외시킵니다. 커피에 대한 평가자의 개인적이며 인문적 가치는 자제되는 것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탄생과 함께 관행, 제도화되기 시작한 커핑은 스페셜티의 경제적 가치와 품질을 증명하기 위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결국 전문가들의 커핑은 “대량생산되는 공장커피(commodity coffee)는 맛이 없지만 스페셜티는 맛이 있다”. 또는 “그것은 싸고 이것은 비싸다”라는 정치경제적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됩니다. 보통 사실증명은 그것의 문화경제적 정당성을 위해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스페셜티의 품질과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권위) 엄중함을 위해 커핑은 더욱 전문적으로 (어렵게) 보여야 하며 그렇게 발전하게 됩니다.


커핑은 커피생태계의 경전이 되었습니다. 커핑에 의한 평가는 스페셜티의 가치, 품질, 향미는 물론 커피경험의 가이드라인으로 강요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입장과 태도는 현실공간 속에서의 커피경험과 커핑에 의한 평가의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습니다. 다음 도식은 이러한 간극을 요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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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에 의해 표현된 스페셜티의 향미는 평범할 수 없는 비범한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향미입니다. 심지어 커핑에 의해 구축되는 향미는 절대적이며 일방적일 때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문화는 특수한 것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과의 거리는 더욱 벌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스페셜티) 커피 맛을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발언은 “나는 비범치 않고 평범하다”라는 말인데 이러한 말속에는 계층, 계급적으로 구별된 커피향미에 대한 냉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때 스페셜티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은 더욱 낮아지며 스페셜티 커피문화는 (상업) 호도되기 시작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물신화(fetishism)와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커핑 관행은 (경제) 유기적 연결고리로 은밀하게 관계합니다.




#3.일상의 커피향미, 지각과 의식


사람들은 커피의 향미를 혀와 코, 곧 미각과 후각으로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개 감각의 공감각이 커피향미의 실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마우스필, 커피의 커피의 물리적 질감을 추가합니다. 음식의 식감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미각, 후각, 촉각으로 느끼는 커피향미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 곧 오감을 통해 커피향미를 지각하며 인지합니다. 우리가 한잔커피를 즐기고 그것의 향미를 경험한다는 것은 (몸) 오감을 통해 한잔커피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현상학적인 것입니다.


한잔커피에 대한 경험은 언제나 특정 시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의 커핑은 커핑룸에서 진행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일터, 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경험이 이루어집니다. 아래 사진은 평범한 골목의 카페입니다. 아래 도표는 이런 카페 공간에서 한잔커피의 경험이 이루어질 때, 그 경험의 과정을 요약한 도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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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든 전문가이든 한잔커피를 둘러싼 시공간에서 완벽한 자기 분리는 불가능합니다. 시공간을 지우고 혹은 블라이드 테이스팅의 조건이라 할지라도 커피향미에 100% 몰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존재는 그 자체가 시공간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특정 공간에 대해 애착,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지리학자들이 말하는 토포필리아(Topophilia)와 같은 공간에 대한 애착은 거의 본능적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집과 일터) 일상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언제나 탈주를 상상합니다. 따라서 개인에게는 싫은 공간과 좋은 공간, 새로운 공간과 지겨운 공간이 존재하며 이러한 (장소의 정체성) 공간과 커피는 언제나 융합되어 경험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커피향미의 실체입니다.


사람들은 한잔커피의 화학적 실체보다 커피와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자기 취향의 공간을 더욱 즐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사회문화적 소통과 공감, 자기 정체성이 투영된 듯한 공간의 경험은 커피향미의 기억으로 함께 저장합니다. 인지심리학 맥락에서 볼 때 순수한 커피만의 경험과 기억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의 책 <감각ㆍ착각ㆍ환각>에 따르면 미각과 후각으로 경험하는 향미는 우리가 경험하는 총체적 향미의 30%에 불과하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준비된 한잔커피는 오감에 의해 처음 분석되기 시작합니다.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을 말하며 감각을 수용하는 감각기관(sense organ)에 따라 분류합니다. 인간과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대부분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시각이 77%, 청각이 13%, 후각이 7%, 나머지 3%는 촉각과 미각을 통해 지각되고 인지됩니다. 다음은 한잔커피와 마주한 ‘오감’의 기능과 역할입니다.


#미각:

미각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인간의 미각은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해 진화된 것이 아닙니다. 단맛과 짠맛은 생명유지의 맛이며 반면 신맛은 부패를, 쓴맛은 독극물을 대표하는 맛입니다. 미각에 의한 맛의 구별이란 삶과 죽음을 구분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각은 단맛과 짠맛보다도 신맛과 쓴맛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진화되었습니다. 음식에 조금이라도 신맛과 쓴맛이 있으면 쉽게 찾아내며 예민해집니다. 혀로 느끼는 커피 맛(taste)의 실제는 대부분 쓴맛과 신맛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커피를 즐깁니다. 우리가 즐기는 뇌 속의 커피 이미지는 실제와는 다른 인문적, 복합적인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후각:

후각은 화학물질인 향(aroma, fragrance)을 구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론적으로 코 안의 후각수용체는 수백만 가지의 향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후각은 특정 기억과 감성을 깨우는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한잔커피의 향이 그 향과 유사한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프루스트 현상은 후각을 처리하는 뇌와 기억과 감성을 처리하는 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커피 한잔의 추억은 그저 클리셰가 아닙니다. 후각과 연동된 (뇌) 인지과학적 현상입니다.


#촉각:

한 모금 커피를 마실 때 가장 빠르며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감각이 촉각(mouthfeel)입니다. 촉각은 한잔커피의 온도, 물성, 질감에 대해 즉각 반응합니다. 촉각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설명하기 힘든 감각입니다. 촉각은 입안 피부의 통점, 압점, 촉점, 냉점, 온점 등으로 감지되는 다양한 감각의 통합이기 때문에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향미의 판단에서 촉각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마치 식감이 음식의 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맥락과 같습니다.


#시각:

시각은 커피를 둘러싼 공간의 (환경) 디자인과 함께 커피의 색상, 커피잔의 스타일처럼 눈앞의 실체 혹은 물체로서 한잔커피를 인식합니다. 사실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한잔커피에 대한 정보는 미각, 후각, 촉각, 청각을 모두 더한 전체 정보량보단 많은 전체의 70% 이상입니다. 한잔커피에 대한 감각>지각>인식의 과정에서 시각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평가는 당연한 것입니다. 막걸리 사발에 마시는 커피. 상상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인지과학에 의하면 시각이란 빛이 전기적인 정보로 전환되어 뇌에 전달되는 것인데, 사람의 눈은 0.04-0.15초 정도의 짧은 시간 내로 그 빛을 감지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각이 완성되어 한잔커피에 대한 선별, 체계화, 해석을 끝내며 여기에 추가된 다른 정보들의 총합이 우리가 경험, 기억하는 커피향미입니다.


#청각:

청각은 소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감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자극을 감지합니다. 청각은 한잔커피의 특정한 환경적 조건과 해당 시공간의 사회문화적 상호작용을 인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청각은 시각과 함께 한잔커피의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지각하는 핵심정보를 만들어내며 이 정보는 커피향미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등 오감에 의해 구축된 한잔커피의 감각정보는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로 전달됩니다. 우리 뇌는 오감의 전기신호를 다시 가공합니다. ‘지각’의 과정입니다. 지각의 과정에서 한잔커피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며 뇌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인지하며 다시 인식합니다. 이 과정은 ‘순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의 중심에 코와 혀가 아닌 1.4kg에 불과한 뇌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다음 도표는 오감 이후 한잔커피의 향미가 어떤 과정을 통해 뇌에 각인되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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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미를 인지(認知)한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커피향미에 대한 ‘앎’의 상태를 뜻합니다. 한번 더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의 향미에 대한 ‘인지’란 커피향미의 화학적이며 물리적 특성과 함께 (오리진) 에티오피아에 대한 인문적 상상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향미입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인지된 커피향미를 다시 (재)인식한다는 것은 주어진 커피향미의 인문적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개인적이며 인간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잔커피를 경험하고 판단하며 기억합니다.




#4.커피의 가치소비, 향미


커피역사에서 커피향미는 예술, 철학, 혁명처럼 인문학적 향기와 동일시되곤 했습니다. 또한 커피향미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체(medium)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커피하우스, 카페에서 느끼는 공감각적인 향미처럼 커피는 사회적 향기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커피향미의 역사적 이야기는 커피향미는 화학, 물리 이상의 복합적인 것이라는 인문적 포용성을 누리게 했습니다. 커피향미는 생물적 감각으로 느끼는 순수한 향미와 함께 감성향미, 이성향미, 지성향미처럼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향미의 복합체라는 주장도 가능하게 합니다.


한잔커피의 화학적이며 물리적인 순수함은 전문가는 물론 모두에게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 한잔커피에 대한 감성, 이성, 지성의 향미는 ‘나’라는 개별주체가 개입되어 판단된 고유한 향미를 의미합니다. 감성은 한잔커피의 향미에 나라는 실존을 투영하며 그래서 “나는 좋다, 싫다”를 마음에 담게 합니다. 지성은 이 커피향미의 맥락(context)에 대해 “안다, 모른다”를 따집니다. 그리고 이성은 이 커피향미의 윤리가 “옳다, 그르다”를 분별합니다.


이러한 향미들은 한잔커피의 인문적 가치(value)를 의미합니다. 커피향미의 인문적 가치란 가치소비(value consumption)를 유발하는 핵심요소입니다. 가치소비는 동시대의 핵심 (메가) 트렌드입니다. 가치소비는 (MZ세대) 커피문화의 메가트렌드인 지속가능 커피와 연동된 개념입니다. 윤리소비, 지속가능소비와 같은 뜻인 가치소비는 (상징) 가격이나 (순수) 품질을 기준으로 일어나는 기존의 소비 행태와는 차별적입니다. 한번 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에 대한 전문가의 향미평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밝고 달콤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향미. 청포도, 캐슈버터, 아가베시럽, 삼나무, 인동초의 향과 맛. 달콤함과 주스 같은 새콤함, 가볍게 스치는 마우스필. 캐슈와 청포도 향의 뒷맛.”


훈련된 개인만이 경험할 수 있는 한잔커피의 절정입니다. 불행하게도 공유될 수 없는 것,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공허한 가장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이러한 평가와 가치소비와의 연결고리는 거의 없습니다. 이 평가는 자연주의의 그것처럼 순수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방적이며 절대적인 (전문가주의) 강요는 물론 상대의 굴복을 요구합니다. 가치소비자들은 혀와 코의 영역을 넘어서는 커피향미를 찾습니다. 한잔커피의 가치소비는 인문적 상상, 윤리적 신념, 주관적 취향에 따라 특정 커피를 소비하는 소비현상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매력, 곧 힘을 통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실현하고,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소비형태를 지향합니다.


가치소비는 한잔커피에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반영하여 커피 생태계를 지원하는 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힘이 제3물결 커피문화의 본질입니다. 이때 소비자는 소비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주체로서 큰 힘을 같게 됩니다. 가치소비란 소비를 통해 커피 생태계의 구조에 개입하며 자기의 신념을 이곳에 표출하는 행위입니다. 한 식품공학자의 분석대로 혀와 코로 느끼는 커피향미는 30%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나머지 70%는 (정신+육체) 몸으로 느끼는 다층적 현상의 경험입니다. 한잔커피의 가치소비란 커피향미 100%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거의 완벽한 한잔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5.영상


(1)커피오피니언: 향미노트에 대한 문제제기

#어렵고 복잡한 커피향미 #커피향미 마케팅 #커피향미의 주관성, 객관성 #향미노트의 역할

COFFEE OPINION - Flavor Notes Must Be Stopped

*영상제작: The Real Sprometheus, *2020, *10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wg1095Tc9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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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완벽한 커피 맛은 어떤 것일까?

#경험으로서의 커피향미 #맛, 향, 촉감 커피향미의 복합성, 조화

What Does A Great Cup Of Coffee Taste Like?

*영상제작: James Hoffmann, *2024, *7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IkssYHTSp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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