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입원은 처음이라(열 번째 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보호 병동에 입원 중이었다.
다른 과 협진을 받으려면 주치의의 허락을 받고, 협진과에서 진료 가능한 시간이 되면 연락이 왔다. 나는 보호사를 따라 보호사 출입증으로 자동문을 통과했다. 해당 진료과에서 진료를 보는 동안에도 보호사는 내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나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왔다.
처음 보호 병동(폐쇄 병동)에 들어갔을 때 노트북과 휴대폰 반입이 금지되고 바깥으로의 이동도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알고 그 불편함 때문에 개방 병동으로 옮길 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보호 병동(폐쇄 병동)은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위험한 물건으로 보이는 커튼과 같은 장애물들이 다 치워져 있어 환하고 쾌적한데 반해 개방 병동 환자들은 모두 커튼을 쳐놓고 자신의 침대 만한 공간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어 어둡고 답답해 보였다. 지나가며 잠시 보았을 뿐인데도 병실에서 하루 종일 커튼을 쳐놓고 있는 모습은 우울한 나를 더 우울하게 할 것 같았다.
향정신성의약품과 CCTV로 철저히 통제된 보호 병동은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은), 영화에서 보던 난동(?)이 일어날 틈이 없었다. 교수님이 왜 보호 병동이 더 편할 거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환자가 아닌 보호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안과 진료를 보기 위해 보호사를 따라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안과 간호사와 안면이 있던 보호사는 오랜만에 서로 만난 듯 인사를 나누었다. 간호사가 나에 대한 협진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여기(미친 사람들 입원해 있는 그곳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가니까 어때요? 더 좋아요?”라고 보호사에게 물었다. 이내 보호사가 대답했다.
“에이~!”
대기 의자에 앉아있던 내가 그 말을 듣고 있다는 걸 그제야 기억나기라도 한 사람처럼 보호사는 갑자기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에이~!”가 어떤 뜻인지 온몸으로 느꼈으나 정신과 보호병동 입원 환자답게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순간엔 멍 때리는 표정이 적합해 보였다.
나를 한번 쳐다본 보호사는 “사는 게 다 그렇지, 안 힘든 데가 어디 있냐.”며 조금 전 “에이~!”를 수습했다.
정신과 보호사가 정신과 입원 환자 앞에서 정신과에 입원한 또라이들(?) 때문에 힘들다는 뜻을 ‘에이~!’라는 단어로 표시하니 나는 불편하고 난감했으나 거기서 불쾌해봤자 또라이라는 정당성만 더 확보될 것 같아서 못 들은 척했다.
정신과에 입원했으니 눈멀고 귀 멀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았다.
<입원 아홉 번째 날 1>
[간호 기록]
01:56 치료진 가까이 가자 졸린 모습으로 눈 떠 시간 물어봐 알려주며 더 잘 수 있냐니 조금 추워 깼다며 화장실 다녀오겠다 함
07:00 침대에 누워 있음. 잘 잤냐니 뒤척거리기는 했는데 그래도 못 잔 편은 아니라고 함. 대변 잘 보고 있냐니 변비약 먹어서 잘 보고 있다고 함
09:59 보호사와 함께 정형외과 외래 내려감
10:33 검사받고 올라옴
12:30 간호사실 와서 내일 오전에 퇴원하고 싶다며 주치의 면담하고 싶다고 함
13:00 러닝 머신 함
13:32 샤워함
14:10 보호사와 함께 안과 외래 내려감
15:10 보호사와 함께 병동 도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