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입원은 처음이라(열두 번째 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입원 중인 공무원이 한 명 있었다.
이곳은 샤워장과 대소변을 보는 화장실 변기 외에 모든 장소에서 CCTV가 우리를 보호(감시)하고 있었다. 화장실 입구 문은 항상 열린 상태였고, CCTV 각도로 봤을 때 손을 씻고 양치를 하는 화장실 입구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화장실 문까지 CCTV가 충분히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어 변비로 변기에 오래 앉아 있다 나온 날 화장실에서 나오자 간호사가 변비냐고 물어보았다. 순간 흠칫했다.
내 장 사정까지 보호(감시)하고 있는 줄 몰랐다.
'유일하게 CCTV가 닿지 않는 변기에 앉아서 혼자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아무도 안 보이게 울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님 누구처럼 분풀이로 변기를 더럽혀 놓을 수도 있고.'
그런데 간호사는 정확히 변비를 지목했다.
'이런 변이 있나!'
나오지 않는 변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려고 병실 복도를 걸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100미터도 안 되는 공간을 몇 번 왔다 갔다 하자 재미도 없었고 변을 출산할 수 있을 만큼의 운동도 되지 못했다.
“저쪽으론 가지 마세요. 저희 시야에 안 들어와요.”
간호사의 책상이 끝나는 지점을 넘어서 가지 말라는 간호사의 요청에 얼마 안 되는 걸음걸이가 그나마 더 줄어들었다.
문이 닫힌 곳은 다 잠겨 있었고, 샤워실은 하루 3번 정해진 샤워 시간에만 열쇠로 문을 열어주면 들어갈 수 있었다. 간식이 있는 창고도 간식 시간에만 보호사가 열쇠로 문을 열어주면 그곳으로 들어가 자신의 간식을 챙겨 나올 수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채로 입원한 60대 남성이 입고 온 옷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며 보호사가 그의 옷을 퇴원 시 가져갈 수 있게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고선 비닐봉지를 든 손을 멀리 뻗은 채로 병실에서 치웠다.
밥 먹고 바로 누우려는 행복님에게 간호사는 양치하라고 하였고, 60대 남성의 냄새나는 옷은 냄새가 나자 바로 치워졌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행복님에게 샤워하자며 간호사는 샤워할 때 필요한 물품이 뭐냐며 스스로 챙겨보도록 하며 샤워실에 데리고 갔다 왔다.
갇혀 있다는 느낌이 답답하긴 했지만 병실은 하루 종일 쾌적하고 깨끗했다.
열 수 있는, 방충망이 달린 2개의 창문 또한 수면 시간이 되면 보호사가 와서 열쇠로 잠갔다. 아침이 되면 교대한 다른 보호사가 창문잠금장치를 열쇠로 열어 바깥공기가 통하게 했다.
창문은 아무리 잘 봐줘도 30도 각도도 안되게 대각선으로 열려 있어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의 사람은 빠져나가기가 힘든 공간이었다. 뛰어내리기는커녕 머리통도 끼우기 힘들어 보였다. 창가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는 블라인드 또한 당연히 줄로 되어있지 않았고 블라인드 전체를 아래로 힘을 줘서 당기면 블라인드가 올라가거나 내려오거나 했다.
서울대 약대 그녀는 다른 곳에서 자는데도 아침이면 우리 병실로 돌아와 열심히 블라인드를 올려주어 자고 있는 여자 환자들을 강제로 깨워주었다. 저녁이 되면 그녀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비어있는 1인실 방으로 자러 갔다. 부지런하셨다...
내 마음대로 다른 과의 진료를 보러 갈 수 없으며, 반드시 보호사를 대동하여 직원 카드로 인식 후 철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그때 보호사를 따라 다른 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 도구인 공중전화 충전 금액이 다 떨어졌거나 간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편의점에 갈 수도 없었다. 반드시 보호자를 통해 전달받은 안전한 물건만 간식이 될 수 있었다. 내 발로 들어와 입원했기에 내 발로 퇴원은 할 수 있었으나 퇴원 수속을 받기 전까지 나는 이곳에서 내 맘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이곳은 내 발로 나갈 수 있는 깨끗하고 쾌적한 감옥이었다.
<입원 열 번째 날>
[간호기록]
01:44 인기척에 뒤척임. 더 잘 수 있냐니 그렇다 하여 수면 격려함
07:00 수면 중임
09:07 화장실 다녀옴. 밤에 잘 잤냐니 잘 잔 편이라고 함. 퇴원 언제쯤 하겠냐니 10시 정도에 하겠다고 함
10:03 퇴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