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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Jun 05. 2024

춘향씨, 정말 과감하시네요.

전략적 선택의 어려움

인어공주에 비하면 우리의 성춘향씨는 해피엔딩이라 다행입니다. 

어찌보면 인생을 건 한 판 승부였을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 비슷하지만 참 다른 결론이지요. TV에서 춘향전에 대한 언급을 하거나, 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녀의 입장에 놓일 때, 과연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춘향전을 러브스토리로 받아들이기보다 늘 전략적 선택에 대한 문제를 던져 준 흥미로운 이야기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결국 단기 과제에 집중할 것인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다소 불확실한 중장기적 관점을 견지할까의 문제가 아닐까요. 여기서 잠시 이몽룡이나 변학도 각각의 외모, 성격 등 캐릭터는 접어 두고 동일하다고 전제해야 조금 더 심플해질 것 같네요. 즉, 이몽룡은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히어로이고, 반면 변학도는 탐욕으로 똘똘 뭉친 추한 인물로 그려지니 호불호는 분명히 나뉘겠지만, 자신의 안위가 양자택일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과를 야기할 경우 호불호라는 심적 판단은 차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업무하실 때 즉각 결정하기 어려웠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가령 단기 전략이 중장기 전략 방향성과 목표와 정확히 일치된 경우라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겠지만, 상호 배치되는 경우에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갈등과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자의 한마디에 방향성이 바뀌거나, 간혹 꺾이(접)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지요. 수년 전 이야기지만 잠시 글로벌 사업을 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동북아 시장이 저의 주요 업무 영역이었습니다. 그즈음 뜻하지 않게 벌어진 이른바 ‘한한령 사태'가 제가 속한 곳만이 아니라 현지 진출한 많은 기업들에 치명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조직에서는 빠르게 현황을 파악하고,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적 옵션을 요구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가시적, 비가시적 제재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시장 철수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좀 더 두고보자는 온건파로 나뉜 채 뾰족한 답 없이 시간만 흘러갔지요.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시장에서 Fade out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미련인지 희망인지 ‘끈’을 놓지 않고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더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 제가 속했던 조직은 핵심 사업 부문만 일부 잔류하는 절충적 대안을 선택했습니다. 


춘향이처럼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든가, 눈 앞의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을 뚝심있게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건, 사실 결과론적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시시각각 반영하며,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셈법을 재빠르게 수정하며 진행될 뿐이니까요. 그래서 참으로 어려운 것이 ‘전략’ 수립이겠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높은 불확실성에 시달리는데, 우리는 점점 더 명확한 전략을 요구받게 되니까요. 그것도 단기, 중장기 각각 말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사회 생활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어떤)선택과 (어떻게)집중을 하고 계신가요?

이제 막 직장에 들어와 생활하는 분들이나 시니어로서 다른 일을 꿈꾸고 계신 분들 모두, 크든 작든 본인만의 계획을 세워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래야 그것이 커리어의 이정표가 되어 방향을 잃지 않게 하고, 주변 환경이 바뀔 때 신속하게 수정하고 다시 나아가게 할 테니까요. 직장인으로서 나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집중할지 생각한다면 이미 커리어를 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중장기보다는 단기 전략에 좀 더 집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래의 불투명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미래 계획만 세우는 것이 과연 의미있을까요. 주위 동료들의 경험을 들어보니, 현재 우선순위에 놓인 일(업무, 자기계발, 뭐든)을 차근차근 해나가면 오히려 'NEXT'가 또렷이 보이고, 거기서 얻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접 영역으로의 확장도 조금 더 쉬워지는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전반전을 마친 최근에서야 겨우 스스로를 돌아보며 후반전의 삶과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가까이 직장 생활에서 쌓은 약간의 역량과 다양한 실패의 경험을 두루 고려하면서요. 우리의 춘향씨만큼 목숨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라도, 약간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다면 조금은 과감해져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멋진 장기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지만, 눈 앞의 과제들을 충실히 하면서 이들을 일종의 '무형자산화' 하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잘 될지 어떨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의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믿음에서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은 결국 행동하는 사람에게만 온다는 바로 그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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