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12화. 빨래 건조대

▶ 어느 뜨거운 오후, 전철 안에서

by 방현일

‘따르릉’


“빨래 건조대, 왜요? 예.”


나는 집에서 무대 소품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소품에 필요한 타조털을 널겠다며 나보고 빨래 건조대를 가져 달라고 했다. 집과 사무실까지는 전철로 한 정거장이었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었지만, 무척 더웠다. 나는 빨래 건조대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크기는 컸지만, 무게는 가벼웠다. 들고 다닐만했다.


“빨래 건조대 아냐?”

“중고로 팔 건가?”

“누가 사?”

“얼마 안 하잖아.”


잠깐 걸었을 뿐인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끝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척 더웠다. 나는 전철을 타기로 했다. 그러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혹, 전철에서 짐을 올려놓거나 걸어놓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선반이 없어졌으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일단 승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전철을 타러 내려갔다. 여기저기서 흘끗흘끗 쳐다보았다.


‘필요한가, 내 생각이 맞았나?’


아니었다. 짐을 든 사람은 많지 않았고 많은 짐이 필요한 사람은 캐리어를 이용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될걸.”

“얼마나 한다고 중고로 사냐.”


여기저기서 수군댔다. 다행이었다. 가수가 꿈인지 전철 승강장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 지망생이 있었다.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제법 노래를 잘했고 사람들은 박수를 쳐 주었다.

오늘따라 전철이 지연되었다. 나는 조금 옆으로 이동했다.


“뭘 저런 걸 중고로 사냐?”

“중고로 팔 건가?”

“얼마 안 하잖아.”


나는 애써 외면하며 음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리고 조금 한가한 곳에 떨어져 있었다.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에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때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며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내리고 꽉 찬 승객들 틈으로 밀리고 밀려 반대쪽으로 서게 되었다. 나는 다음 역에 내려야 했기에 앞쪽으로 가야 했지만, 빨래 건조대를 어쩌지 못해 사람들 틈에 꼈다. 그 와중에 핸드폰에서 이어폰이 빠져 이어폰만 낀 상태가 되었다. 빨래 건조대로 인해 손 쓸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놈 아냐, 이어폰은 뭐야?”

“빨래 건조대 얼마나 한다고.”

“중고로 산 건가? 팔 건가?”

“얼마 안 하잖아.”


사람들은 수군댔다. 너무 꽉 껴서 다른 승객들도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고 빨래 건조대만 보게 되었다.


“이번에 내립니다.”


그때 내 어깨를 두드린 사람이 있었다.


“가방이 꼈어요.”

“예? 죄송합니다.”


나는 그 좁은 공간에서 빨래 건조대를 돌리다, 더 큰 사고를 발생했다.


“악~ 내 머리카락.”

“억, 죄송합니다.”

“그까짓 껏 얼마나 한다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밀리고 밀리며, 얽히고설키며.


‘그냥, 걸어갈걸.’


밖이나, 안이나, 더웠다. 돼~게 더웠다. (--_)


- 끝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이미지 출처_방현일”

keyword
이전 11화제11화. 부끄러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