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가 왜 거기서 날아와~
오늘은 신나는 토요일,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뒷산 둘레길을 갔다. 산에서 운동하던 중 월요일에 오기로 한 손님이 조금 있으면 사무실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황급히 허둥지둥 사무실로 뛰다, 걷다 내려왔다. 사무실에서 기다리던 중, 서울에 온 김에 다른 곳에 먼저 들렀다가 월요일에 온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나는 땀에 축축해진 채, 집 쪽으로 걸어갔다. 상가 주차장 옆 큰 나무에서 뭔가 검은 물체가 갈지자 형태로 날아왔다. 얼핏 잠자리 같았다. 나는 내 쪽으로 왔다가 사라졌기에 뒤를 돌아보다, 앞을 본 순간 기암을 토했다.
“벌,
나는 벌이라면 질색팔색을 했다.
‘왜, 하필 나야? 그냥 가던 길 가지? 그냥 나무에 있지?’
나는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간 몸이 얼어붙어 옴짝달싹 못 했다.
‘어, 나 알레르기 있는데. 아나필락시스 쇼크! 쏘이면 골든 타임? 몇 분이지? 30분? 40분? 이걸 날려?’
나는 천천히 조심스레 털어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가운뎃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벌의 머리통을 날리기로 했다.
‘아~ 어떡하지? 쏘이면, 죽나? 꿀벌에도 쏘인 적이 없는데.’
나는 호기로웠던 처음 생각과 달리 몸이 굳어 갔다. 오른손은 달달 떨렸다.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도로 아래로 지구대가 보였다.
‘그래, 지구대 가서 경찰 앞에서 날린 다음, 쏘이면 119에 연락 좀 해달라고 하는 게 났겠다.’
나는 지린 곰처럼 발을 천천히 움직이며 지구대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때였다. 상가 안 화장실에서 아저씨가 나왔다. 구세주였다. 입구 옆 서점에 세워 놓은 초록색 발이 달린 단단한 빗자루가 있었다.
“아저씨! 죄송한데. 벌 좀 떼어주세요.”
“벌,
“아저씨, 제 오른쪽 앞 허벅지, 여기요.”
아저씨는 귀신을 본 듯 놀라서 뒷걸음질했다.
“제가 벌을 제일 무서워해요.”
아저씨는 나보다 더 벌을 무서워했다.
“아저씨, 저 빗자루로 얘 좀 날려주세요.”
“악! 싫어요, 안 해요. 그냥 막 털어요.”
“제가 다 해봤어요. 안 떨어져요.”
“전 못해요.”
“아저씨~엉.”
아저씨는 생긴 거나 복장이나 곰 같은 나를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가려다가 절절매는 곰탱이를 보며 그냥 가긴 뭣했는지, 도전을 하기로 했다.
“도전해 볼게요.”
나는 고개를 돌린 채, 오른쪽 다리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연습을 해본다며, 공중에 빗자루를 연신 휘둘렀다.
“아, 근데 곰탱이 치면 어떡해요.”
“전 괜찮아요. 그냥 한 번에 날려주세요.”
“허리를 좀 뒤로.”
아저씨는 심기일전. 숨을 크게 내쉬었다. 빗자루를 잡은 두 손에 비장미가 넘쳤다. 긴장감이 흘렀다.
“자, 갑니다.”
‘휙’
“아저씨! 날렸죠?”
“헉! 그대로 있어요. 아, 못 하겠어요.”
아저씨의 빗자루는 공중만 갈랐다. 나는 더 부탁하기 미안해서 지구대 쪽으로 천천히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생은 여기까지….”
“잠깐! 한 번 더 해볼게요.”
순해 보였던 아저씨의 눈빛이 매서웠다.
“제가 어디서 봤는데, 말벌한테 공격을 가하면 지원군이 온다고?”
“저도 본 것 같아요. 유튜븐가? 블로근가?”
“그럼 성공하면, 곰탱이는 집이, 위쪽이라고요? 집으로 뛰어가시고 저는 반대쪽으로 뛰어갈게요.”
나는 속으로 기도했고 아저씨는 뭔가를 주문하듯 중얼거렸다.
말벌은 아저씨의 빗자루를 맞고 아래쪽으로 날아갔다. 나와 아저씨는 양옆으로 갈라지며 뛰었다. 나는 집으로 뛰어가며 아저씨께 외쳤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생명의 은인이에요.”
“잘 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는 성함도 못 물어본 채, 뛰었고 아저씨도 뒤도 안 돌아본 채 뛰어갔다.
- 끝 -
P.S 벌이라면 진짜 무서워하는 친구와 셋이 여행 가던 중, 차 안으로 벌이 들어왔다. 난리도 아니었다. 평일이라 한계령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운전하던 그 친구는 차를 세워 놓고 밖으로 도망을 갔다. 물론 나도 같이 도망갔다. 제일 덩치가 작은 친구가 한숨을 쉬며 차 옆에 서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날아갔어. 뭐 하냐? 하나는 하마 같고 하나는 곰같이 생겨 갖고. 쯧.”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Image by Krimker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