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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 모이는 건 새가 아니었다

by 방현일
금호산_동물들.jpg


‘오! 새소리가 난다고. 신기한데.’


나는 사용 설명서를 보면서 내 방에서 연습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창문 밖으로 건너편 빌라 옥상 안테나에 새가 노래하고 있었다. 나는 그 새를 보면서 일명 ‘버드콜’이라는 초록색 작은 나무통 속에, 위에는 나사 모양이고 아래에는 새 모양인 물건을 비벼서 새소리를 내었다. 소리는 강약 조절이 가능했다. 쉬었다가 아니면 길게, 다 가능했기에 새를 보면서 계속 비벼댔다.


‘취이익 찍찍 휘이익 퓨후’


새가 한 마리 더 날아왔다.


‘어, 이게 되는구나.’


나는 더 신나게 ‘버드콜’을 비벼댔다.


‘휘이이익 휴우퓨우 찌이익’

‘휘이익 퓨퓨 휴퓨후 휘익’


직박구리였다. 새들은 내 쪽으로 오는 것 같더니 이내 날아갔다. 나는 틈만 나면 연습했다. 평상시보다 새가 많이 날아왔다. 안테나 위에는 직박구리 외에 비둘기, 까치, 까마귀도 찾아왔다.


‘오! 야~ 대박!’


토요일 아침, 나는 뒷산 둘레길로 향했다. ‘버드콜’과 생수 한 병을 들고 발걸음도 평상시보다 가볍게 룰루랄라 걸었다. 계단을 오르고 소나무 사이로 산까치가 보였다. 나는 ‘버드콜’을 꺼내 비벼댔다. 그때였다.


“어, 이게 뭐예요?”

“아, 이게 새를 불러들이는 물건이에요.”


나는 내가 만든 물건도 아닌데, 의기양양하게 시범도 보여 주면서 신나 했다.


“와, 신기하네요. 오긴 와요?”

“잘 모르겠는데, 오는 것 같아요.”


나는 신기해하는 부부 뒤로 천천히 걸으며 어디에 새가 있나, 나무 위만 쳐다보고 걸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무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때 가지 사이로 청설모가 뛰어다녔다.


‘오! 그래, 새소리를 내면 청설모도 오겠는데.’


나는 신나서 마구 비벼댔다. 그때였다.


“아저씨, 지금 아저씨 손에서 새소리가 나는 거예요?”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는 신기해하면서 한 손은 아빠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버드콜’을 가리켰다. 나는 아이 아빠에게 설명하고 아이에게 ‘버드콜’을 건네주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만지다가 소리가 나자,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뒤로 강아지와 산책 나온 노부부의 손을 거쳐, 이 사람, 저 사람 소리를 내고 웃으며 떠나갔다. 나는 계속 길을 가다가 벤치에 앉았다. 그때 펜스 밑으로 고양이가 보였다. 나는 또 ‘버드콜’을 꺼내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양이는 힐끔 내 쪽으로 쳐다보다가 사라졌다.


“어, 그거 어디서 사는 거예요?”

“나는 설명해 주고 ‘버드콜’을 건넸다.”


너도나도 신기해했다. 그뿐이었다. 새는 오지 않았다. 안테나로 날아왔을 뿐이고 산속에 새도 근처에 오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사람이 모여들었다. 가는 곳마다 찾아왔다.


‘휘이이익 휴우퓨우 찌이익’


“그거 뭐예요?”

“아, 이게….”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이미지 출처_방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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