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대자연의 나라답게 어디에서나 자연이 가깝고 이 자연을 즐기는 것이 캐나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주거지]
고모네 집 2층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먼저 앞집의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집에서 꽤 멀어 바다 특유의 냄새나 짠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저기서 씨버스를 타는 걸 보면 분명 바다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고모네 집은 정말 살고 싶은 곳이다.
고모네 집처럼 집 앞이 잔디밭으로 탁 트인 집도 있지만, 나무 담장이 있는 집들도 있다.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것처럼, 나무 담장 사이의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가면 안쪽에 여러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집들이 있다. 집주인이 나무를 잘 가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식물을 늘 죽이고 마는 나는 이런 집도 없으면서 괜히 걱정이 앞선다.
주택 사이사이에도 나무가 많고, 공원에도 나무가 가득하다. 잔디밭 위에 나무들만 봐도 눈이 시원해지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로 몇 층 안 되는 빌딩이 두어 개 있을 뿐이라 답답함이 없다. 우리 집 근처에도 이런 공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내가 사는 동네는 아스팔트 길뿐이고 손바닥만 한 공원에 나무도 몇 그루 없다.
[밴쿠버 인근]
딥코브에 정박한 요트들, 바다의 윤슬, 사람이 없는 한적함, 따뜻한 햇빛 - 캐나다는 참 조용하다.
밴쿠버에서 인근의 조프리 레이크 - 이번 여행에서는 오르지 못했지만, 밴쿠버 하면 떠오르는 곳 중 하나다. 밴쿠버에서 로키 산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비록 로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한 번의 산행으로 세 개의 호수를 모두 볼 수 있다. 가장 꼭대기 호수에는 6월에도 눈이 내려앉아 호수 표면의 얼음을 덮고 있다. 오르는 동안 온갖 투덜거림이 나와도, 그 호수를 보면 그 모든 고행이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껴지는 곳이다.
밴쿠버 인근 관광지를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고요하고 시골스러운 풍경에,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거대한 자연이 가까이 있어 인구 밀도가 낮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흔히 보이는 캐나다 표지판에서도 자연이 정말 가깝다.
이 캐나다 후기를 끝으로 10박 11일의 밴쿠버 그림여행기를 마무리 짓는다. 캐나다는 다소 심심한 나라이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운 깨끗한 자연 속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들이 많아서 가족들과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여행 가기에 좋다. 이번 첫 가족 해외여행으로 나는 혼자서 가이드 겸 통역사 겸 잡부 겸 계획자 역할을 하느냐 지쳤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건강하게 고모와 고모 식구들을 만나보고 우리 가족이 다 같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소중하고 큰 경험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이 멤버로 같이 스페인 순례길 가기로 했던 계획은 보류해야겠다는 생각도 강렬하게 들었다. 아버지가 음식투정은 다소 하셔도 늘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 부모님과 같이 해외여행 갈 계획이 있으신 분에게는 "식사는 한식 위주, 화장실은 어디서나 찾아둘 것, 인증 사진과 단체 사진을 많이 찍어드릴 것"을 팁으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