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의 딸로 살아가는 동안,
나는 오로지 나만 생각했다.
나의 상처, 나의 결핍, 나의 외로움만 중요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고,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 버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일기장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고
엄마가 볼 수 있게 펼쳐 놓았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갖고 싶은 것도 많았다.
먹고 싶은 것도 있었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었다.
아니, 실은 너무나 간절하게,
사랑, 을 받고 싶었다.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었다.
내가 못생겼어도
내가 공부를 못해도
내가 이렇게 못난 성질머리를 가졌어도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괜찮은 사람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가.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엄마,
나보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웃는 엄마,
늘 분주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엄마.
그래서 엄마 주위를 맴도는 나를
바라봐 주지 못하는 엄마.
그러나
나의 엄마가 나를 위해
자신의 온 생애를 바쳤다는 것을
내가 엄마가 되고 난 후에야
처절하게 온몸으로 깨닫는다.
그녀에게도 인생은 단 한 번 뿐이었음을,
그녀가 나를 위해 인생의 모든 모욕과 고통을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꿈꾸던 생을 깊이 묻어 두었다는 것을,
그녀가 내 곁을 떠나고도 알지 못하던 것을
딸이 아닌 엄마로 살면서 비로소 알아 간다.
엄마, 이제 나도 엄마야.
그래서 딸로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제라도 해보려고 해.
엄마, 듣고 있지?
늘 그랬듯
엄마의 눈과 귀는 나를 향해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