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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Apr 30. 2024

복권 당첨과 네 잎 클로버 찾기

한 봄 낮의 꿈

복권을 사는 이들은 모두 당첨의 꿈을 꾸겠지. 혹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짧을지라도 기 막히게 좋은 꿈을 꾸었겠지. 당첨에 대한 상상과 즐거움으로 한 주를 살기 위해 추첨일 직후에 바로 구입해야 한다는 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럴 리 없더라도 '만약 당첨이 된다면~'으로 시작하는 상상의 세계는 팍팍한 일상에 소소한 행복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한지도 모른다.



나는 네 잎 클로버를 꽤나 많이 갖고 있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보면 그동안 많~이 잘못했습니다.)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내가 네 잎 클로버를 갖게 될 때는 '찾는다'기 보다는 '보인다'는 상황일 때다. 정말이지 네 잎 클로버는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이다. 보이면 그냥 집어 들고 기뻐하면 그만이다. 내가 네 잎 클로버를 수없이 발견하는 동안, 내 옆에 단 한 번도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본 적 없는 이가 있다면 나는 기회를 주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역시 찾지 못하곤 한다. 

그들에게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자세는 모두 비슷한데 주로 걸음을 늦추다 못해 한 자리에 박힌 듯하고 허리는 한껏 숙여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디? 나는 안 보이는데?"

그럴 때면 나는 장난기가 생기고 으쓱한 마음이 되어 좀 더 범위를 좁혀준다. 토끼풀을 향해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 안에 네 잎 클로버가 있어. 잘 찾아봐."

그래도 그들은 못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지만, 평범한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래. 나는 그냥 행복하게 살 거야."



맞는 말이었다. 여기 네 잎 클로버를 찾은 사람이 있다. 발견했다는 기쁨만으로

"와~이제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오겠지!"

하며 들뜨는 모양새는 흡사 복권을 사는 사람이 돌리는 희망회로와 닮았다. 내가 가진 네 잎 클로버만큼이나 많은 순간, 곧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혹은 지난번에 찾은 네 잎 클로버가 가져다준 행운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되짚으며 일상의 작은 행복한 일들을 다 제쳐버리며 어리석게 굴었던 적도 있었다. 

어쩌면 행운은 일부러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행복은 크게 요행을 바라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미덕일 것이다. 

당첨되어 본 적이 없지만 복권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지금의 행복을 놓친 채로 더 큰 요행을 바라는 이에게 주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첨은 그동안 한결같이 잔잔하게 살아온 이에게 주는 찬란한 선물이었을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봄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네 잎 클로버를 몽땅 발견했다. 한 줄기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에게 혹시  

"평생 안 맞는 걸 보면 진짜 복권 같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와도 투닥투닥 잘 지내기를 바라 주었다. 그것이 행운이든 행복이든 그들의 삶에, 내 일상에 햇살처럼 깃들기를 기도했다. 

아직 불혹을 즐기고 있는 2024년의 봄날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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