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千萬)이 절멸(絶滅)인 세상에서 고독한 수인(囚人)에겐 빗물이 밤새워 추적대며 내릴 것 같습니다.
절멸(絶滅)의 형기(刑期)가 그칠 동안 천만(千萬)의 세상이 하얗게 눈(雪)으로 덮이면 좋겠습니다.
내가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 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로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서술은 몽매해집니다. 김훈 『바다의 기별』 中
째깍대는 초침의 움직임조차 자주 보게 되는 수인(囚人)은
화가보다는 찰칵으로 살아가는 사진가를 닮아 보입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글들이 쌓이면 당신이 겪는 추운 마음에 작은 모닥불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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