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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May 17. 2024

내 안에 지킬 앤 하이드

7화


유아기 시절의 나는 종잡을 수 없는 아이였다. 그때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내가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 나는 누군가 내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면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격렬하게 거부했다. 내 기대나 생각과 다르면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비정상적으로 까다롭고 예민했으며,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했다. 특히 내 영역이 침해받는다고 느낄 때는 폭력적으로 반응했다. 이러한 폭력성은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향했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몸을 물어뜯는 행동을 포함했다. 내 영역에 대한 기준은 절대 일반적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특별한 자극이나 요인이 없으면, 그 누구보다도 얌전했다. 무감각하고 조용했으며, 낯가림이 없었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울거나 소란을 피웠을 상황에서도 그저 웃으며 넘겼다고 한다. 별다른 요구도 없었고, 말수도 적었으며 울지도 않았다. 마치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처럼 극과 극의 성격으로 주변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감정한 상태로 보내다가 감정을 표현해야 할 상황이 오면 웃음이나 분노로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상황에 부적합하며, 예상치 못한 시기에 나타나는 부적절한 웃음과 분노였다. 이런 감정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감정을 올바르게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내면은 우주와 같이 어두운 카오스로 가득 차 있으며,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명확한 궤도 없이 충돌하고 흩어진다. 이 고요 속 전투는 불가해하게 폭발을 일으키며 무작위로 터져 나온다. 나는 기분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웃음이 나오곤 한다. 아플 때, 슬플 때, 화가 날 때도 그렇다. 표정도 일반적이지 않다. 내게는 무표정과 웃는 표정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 웃음마저도 빛나고 아름다운 것과 거리가 멀다. 내면과 외면의 카오스가 서로 균형을 이루려다 실패한 듯, 얼굴 전체를 불규칙하게 일그러뜨린다. — 내가 웃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웃으며 사용하는 정상적인 근육이 아니라 잘못된 근육을 사용하는 것 같다. 이는 내 뇌가 일반적인 웃음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비록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때때로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이 웃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화가 나도 얼굴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 극도로 격노해야 눈이 살짝 커질 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계에 도달해 분통을 터뜨리지 않는 한, 타인이 내 분노를 감지하기 어렵다. 눈물을 흘릴 때도 마찬가지로, 표정에 변화가 없어 다른 이들은 내 눈물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표정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공감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 눈물로 한강이 넘쳐흐르고 분노로 그 물결이 끓어올라도 아무도 내 마음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이해나 공감은 고사하고, 오해를 피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 허허공공한 현실 속에서도 긍정을 낚아 올려 본다면, 적어도 미용을 위해 보톡스를 맞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 하나다. — 나도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므로, 감정 표현의 오류와 인식 문제가 야기한 수많은 마찰에 대해 앞으로 자세히 서술할 예정이다.


이러한 성격 특성으로 인해 나는 자주 논란을 일으키며 여러 차례 유치원을 옮겨 다녔다. 부모님은 일반 기관에서 나를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종교의 힘을 빌리기 위해 가톨릭, 기독교, 불교 유치원을 전전했다. 그곳의 교사들에게 신적인 인내심과 관대함이 있기를 소원했겠지만, 그것이 실현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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