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 177일 차] 송창섭 소설집 <생활적>
작년 민음사 북클럽을 가입하고 받은 책 중에 송창섭의 소설집 <생활적>을 꺼냈다.
[잉여인간]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손창섭 작가의 다섯 작품이 들어있다.
우선 표지가 너무 예뻐서 오래전 소설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표지의 컬러 조합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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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가게를 벌일 수 없는 날이면 원구는 자주 동욱이네 집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불구인 그 신체와 같이 불구적인 성격으로 대해 주는 동옥의 태도가 결코 대견할 리 없으면서도, 어느 얄궂은 힘에 조정당하듯이 원구는 또다시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 동옥의 가늘고 짧은 한쪽 다리가 지니고 있는 슬픔에 중독된 탓일까?”
주인공 원구는 소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이 다닌 동욱과 커서 다시 만나게 된 다리에 장애가 있는 여동생 동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루하게 장맛비가 이어지는 날, 원구는 동욱이 쪽지에 그려준 지도를 들고 그의 집을 찾아간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목조주택에서 유리창도 없이 거적때기로 비를 막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양동이에 받는 가난 속에서 마주한 동옥을 좋아하게 되지만 동욱이 권하는 자신과 동옥의 결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욱의 행방이 묘현해지고 결국 남겨져있던 동옥도 집을 떠나고 없는 상태. 새로운 집주인은 원구에게 ‘병신이긴 하지만 얼굴이 고만큼 밴밴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는 말을 건네고. 원구는 그 말이 마치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질문처럼 느껴져서 괴로워하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가난이 원구의 사랑을 주춤거리게 만든 걸까?
아니면 그녀의 장애와 우울이 그를 망설이게 한 걸까?
그도 아니면 그녀와 함께할 긴 고난과 시련을 감당하는 것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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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집중력이 떨어져서 소설을 못 읽는다, 감정이입이 심해서 읽고 나면 마음이 힘들기 때문에 소설을 읽지 못한다고 주변이 이야기했다.
실제로 소설의 거의 읽지 않고.
그런데 오늘 새벽 산책을 하면서 새벽 독서로 이 소설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그것은 모두 핑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2025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읽었을 때나 김영하 단편 소설을 작년 말 때쯤(?) 읽었을 때,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다 덮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 났다.
나는 소설을 겁내고 있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질까 봐.
그게 어쩌면 진짜 이유였다.
소설을 읽지 못하는.
최근 내 안에 다시 일어나는 소설에 대한 동요, 욕구.
나는 뭔가를 쓰고 싶지만 무엇을 쓸지 겁이 난다.
내 안에 엉켜있는 수많은 상상과 기괴함과 엉뚱함을 과연 써 내려가도 되는 것일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도대체 글로써 의미가 있을까?
어려서부터 막연히 나는 뭔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소설을 읽으니 자꾸만 그 마음이 커져서 월요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브런치북을 새롭게 하나 만들었다.
조만간 첫 발행을 할 예정이다.
어쩌면 멍석을 깔아 놓으면 시시해져서…
혹은 한계를 직시하고 괴로워서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시작은 하고 싶다.
겁이 나는데 쓰고 싶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
설레지만 겁이 난다.
소설을 읽지 않는 진짜이유는 쓰고 싶어져서라는 걸 깨달아버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