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를 쓴다는 건

by 윤서린


시를 쓴다는 건

늘그래



깊은 동굴 속 가둬뒀던 내 어린 영혼 찾아가는 길


상처받아 가슴 한켠 깜깜한 동굴 속 숨어 살고 있는

내 여린 영혼 위로해 주는 일


주변의 가시덩굴 걷어주고

피투성이 맨발에 신발 신겨 주는 일


고된 삶의 추위에 덩그러니 버려져있던 나에게

작은 손난로 쥐어 주는 일


따뜻한 담요 어깨에 걸쳐주고

심장이 터질 듯 힘껏 안아주는 일


내 뒤에 숨어 다른 이의 눈치 보는

어린 내 영혼을 당당하게 인사시키는 일


함께 서툰 발걸음 맞춰가며

동굴 밖 햇빛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 나가는 일



———————-

201905232100

———————-

늘그래 쓰고 그림 2025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