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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Oct 22. 2024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새재길 1

(2023.10.22.~10.23)

이번 라이딩은 2박 3일 일정으로 새재길과 오천길을 간다. 두 길만 간다면 1박 2일이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낙동강 종주 시 놓친 안동댐 ~ 상주 상풍교거치기  위해서는 하루를 더해야 했다. 8시 10분 청량리역에서 열이 형, 청이 아우와 나, 셋이서 KTX를 탔다. 춘이 아우는 개인 일정이 있어서 오늘 저녁때 상주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2시간 만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안동댐으로 가는 길은 공도를 따라 이어지면서, 처음부터 업힐이 시작된다. 은근히 오늘 하루 여정이 걱정이다. 자전거길 기점으로 가는 길은 이렇듯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면서 시작을 버겁게 하는 경우가 많다. 10여 km 공도를 따라 업다운을 반복하면서 안동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조선 판 사랑과 영혼, 월영교(月映橋)


안동댐인증센터는 다른 인증센터에 비하면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다소 부산하다. 인증센터 옆에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운치 있는 자태를 자랑하월영교가 보인다. 총길이가 384m에 달하는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나무로 만든 다리 중 가장 긴 다리라 한다. 이 다리에는 이 지역에 살았던 어느 부부의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 얘기가 깃들어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31살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뜨자, 아내(원이 엄마)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 한 켤레를 삼아 무덤에 함께 묻었다. 400여 년의 세월 속에 묻혀있던 그  애잔한 사랑 이야기가 이장하려는 무덤에서 발견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 모양을 한 월영교가 탄생하게 된다.


"당신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도 끝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원이 엄마 편지 중에서)


원이 엄마 편지와 미투리(출처 : 구글)

이 애절한 사랑 얘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월영교라는 이름만큼  야경이 아름다운 이 다리는,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 안동 '원이 엄마'의 애달픈 사연은 내셔널지오그래픽’(2007년 11월호)에 ‘사랑의 머리카락(Locks of Love)’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다.


400여 년 전 못다 한 '사랑과 영혼'이 호수 위 다리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


월영교의 낮과 밤 (야경 출처 : 구글)


상주 상풍교 가는 길


낙동강 상류는 안동시 도심권역을 끼고 달리면서 영가대교, 안동대교, 풍산대교 등 많은 다리가 이어진다, 마치 한강변을 달리는 듯 잘 정비된 천변에는 무성한 갈대가 한들거리며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안동 시내 권역을 벗어나니 업힐이 두어 번 나타나기도 했지만, 너른 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은 쾌적하고 한가롭다. 

낙동강변의 가을

안동댐에서 상주 상풍교까지는 국토대종주 구간 중 인증센터 거리가 가장 긴 구간이다. 일반적으로 20km 내외, 길어도 40km를 넘지 않으나, 이곳은 유일하게 65km를 달려야 인증센터를 만날 수 있다. 쉬지 않고 달려도 3시간은 달려야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 다다를 수 있다. 오늘은 상풍교까지만 가기로 해서 그래도 여유가 있다. 두어 번 쉬면서 낙동강이 풀어내는 여유를 즐기며 달린다.


깊은 중의 게스트 하우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인증을 하고 나니,  땅꺼미가 스멀스멀 기어 오는데 마땅한 숙소를 찾을 수 없다. 라이딩 도중 중간중간 게스트 하우스 형 숙소 광고판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를 하니, 인증센터까지 픽업을 하겠다 한다. 이미 해가 저물었는데 반갑다. 상풍교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로, 날이 어둑해지니 음산한 분위기까지 돈다.

상주상풍교

20여 분을 기다려 픽업 차에 자전거를 싣고 숙소로 갔다. 숙소는 모텔에 비해서는 허름했지만, 어느 산골에서 하루 밤 묵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다. 마당엔 붉은 홍시가 광주리에 가득 담겨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익은 걸로 골라 맛을 보라며 인심 좋은 웃음을 던진다. 배고픈 참에 두어 개씩 골라 맛나게 먹었다.


저녁에 합류하기로 한 춘이 아우에게 전화가 왔다. 밤 8시가 되어야 상주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이번에도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터미널까지 픽업을 해준다 한다. 30여 분 후 열혈청춘 넷이 완전체가 되었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데 늦게 도착한 두 젊은 라이더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직장 동료인 그들 중 하나는 이번이 국토종주 첫 라이딩이라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라이더들에게는 초면이 없다. 라이더들만의 공통 주제로 분위기가 한껏 오른다. 오랜 친구인 막걸리가 오가며 산중의 하루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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