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동항
압록강을 따라 단동항으로 가는 길, 강변은 한낮의 여유로 가득하다.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은 사람들, 물속으로 뛰어드는 어른 아이들. 창밖 풍경은 마치 조는 듯, 느릿한 필름처럼 흘러간다. 버스가 단동 시내를 가로지르자 한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비빔밥, 불고기, 냉면집 등 조선족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이국 땅의 낯선 향수를 뿌린다.
나흘 만에 다시 돌아온 단동항.
우리가 버스로 달린 거리는 1,600여 km, 그중 자전거로 달린 길은 고작 1/10 남짓이었지만, 두 바퀴로 달렸던 압록강변, 백두산 자락과 천지의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속에서 숨 쉴 것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오르니 어느덧 해가 서녘에 걸렸다. 라운지 창가에 앉아 윤슬 가득 번지는 바다를 바라본다. 황금빛 수평선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이별 파티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7층 라운지에 동료들이 다시 모였다. 석양은 붉은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고, 파도는 황금빛 물결이 되어 춤춘다. 부딪히는 잔들이 춤을 추고, 권주가가 파도를 타고 넘실거린다.
“이게 술이여?
아니여~~!"
“ 그럼 뭐여?
정이여!”
“술이가?
아이다!”
"뭐꼬?
정이다!"
전라도의 너스레와 경상도의 호기가 어우러진 권주가.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정서가 듬뿍 묻어있는 권주가가 선상에 흩어진다. 춤추는 술잔, 왁자한 웃음소리가 정이 되어 흐른다. 달빛 젖은 바다가 차창 밖으로 흐르고, 배는 까만 밤을 뚫고 묵묵히 나아간다.
다시 만날 인연을 생각하며
밤새 달려온 배가 이른 아침 고단한 하품처럼 뱃고동을 울린다. 눈을 뜨니 햇살이 부시다. 5박 6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 하지만 정이 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부산, 대구, 구미, 인천, 부천, 서울.....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발걸음 위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믿는다.
오늘의 이별이 언젠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질 것을.
우리의 두 바퀴 인연은, 바다 위의 물결처럼 다시 이어질 것을.
함께한 열일곱 라이더들,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 여행의 감초 역할을 한 주서방, 안전 운행을 책임진 손 따거, 세심한 배려로 여행을 마무리해 준 여행스케치 김대표님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 다른 곳에서 두 바퀴의 행복을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맺는다.
함께해 주신 작가님, 독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