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Dec 19. 2024

#07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07 - 제 이름은 '모노'에요.


07 - 제 이름은 '모노'에요.(모노 이야기)


모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회색도시'의 가장 근사한 곳들을 골라

비비드에게 소개했고, 가장 맛있는 멋진 레스토랑을 골라 함께 갔다.


"봐요! 비비드!, 멋지지 않나요?"

"먹어봐요! 비비드!, 맛있지 않나요?"


"그러네요, 잿빛의 당신, 정말 멋지네요."

"그러네요, 잿빛의 당신, 정말 맛있네요"


하지만 비비드의 반응은 무미건조했고, 여전히 어딘가 차가웠다.

그런 비비드의 모습에 모노는 점점 주눅 들고, 자신감이 떨어져 갔다.

모노는 비비드의 반응이 야속했고, 점점 본인이 작아지는 것 만 같았다.

모노는 점점 풀이 죽어만 갔다.


"미안해요, 비비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곳이 이런 곳 밖에 없어요."

"뭐가 미안하죠?, 잿빛의 당신?"

"저는 충분히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잿빛의 당신."

"... ..."

"...... 훌쩍, 훌쩍..."

"...... 으아아 앙!!!!!!"


결국 모노는 참았던 비비드에 대한 야속함이 설움으로 바뀌었고,

결국 모노는 참았던 설움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저 모노는 비비드에게 <회색도시>의 멋진 모습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그저 모노는 비비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몰라주는 것 같은 비비드가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잿빛의 당신, 왜 울어요?"

"울지 마요, 잿빛의 당신..."


모노의 울음을 본 비비드는 적잖게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며,

모노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 모노를 달래주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이윽고 모노의 설움의 눈물은 

눈물을 참지 못한 부끄러움의 눈물로 바뀌어 

모노 스스로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모노가 서러웠던 것은 

지루해하는 비비드의 모습도

퉁명스러운 비비드의 말투도 아니었다.


"비비드!, 저는... 제 이름은 잿빛의 당신이 아니라 <모노>라고요!!"


라고 소리치듯 비비드에게 외친 모노는

끝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자신의 팔에 묻은 채, 

저 멀리로 달음박질쳐 달아나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