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Oct 10. 2024

좋아하는 이유는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27 -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감상


나에게 있어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조금 각별한 도시이다.

아직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잘 알려진 피렌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축구팀 'AFC 피오렌티나'의 연고지이기도 하며,

내가 여전히 왜 좋아하는지 아리송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무대이기도 하다.

나는 오래전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실망을 하고 또 혹평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제법 오래도록, 또 여전히, 특히 요즘 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하지만, 과연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들을 종종 읽고 보았고,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없다'라는 말을 제법 신뢰한다.

당연히 원작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고, 영화 역시 보았다.

영화를 보기 이전, 원작 소설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띄고 있다.

바로 <블루 편>과 <로쏘 편> 이렇게 두 편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화 역시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원작의 전체적인 내용을 종합하자면,

이별하고, 엇갈리고, 엇갈리고, 엇갈린 끝에 재회하는 이야기이며,

조금은 진부 할 수도 있고,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원작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이 두 편으로 나뉘어

각기 남/녀의 시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부분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단편의 영화였다.

물론 자연스럽게 각기 다른 넘/녀 주인공의 시각을 보여주긴 했으나,

예상과 다른 영화에 조금 실망 아닌 실망을 했고, 그렇게 혹평을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지 벌써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원작 소설의 문단이나 문장보다는,

배우들의 대사들과 영화 속 음악과 영화 속 아름다운 피렌체의 풍경이었고,

어느새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원작을 읽으며 그려냈던

내 머릿속의 캐릭터가 아닌, 영화배우들의 모습들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라도 몇몇 장면들 혹은 OST를 마주할 때면,

여전히 가슴 먹먹함과 벅참을 느낀다.


아마도 영화는 구성이나 스토리가 아닌 작품의 감성이라는 부분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영상물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힘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비쥬얼과 사운드 적인 부분은 영상매체가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강점이기에...


이유는 모르겠다. 그 시절 나는 무엇에 그토록 실망했던 것일까?

이 작품은 분명 원작을 배제하고도 좋은 영화다.

나 따위에게 혹평을 받을 만한 작품은 절대 아니다.


그 시절 나는 뭐가 그리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못마땅했던 걸까?

분명 나는 이 영화를 실망이라는 포장지로 감싸면서 까지 왜 혹평하려 했을까?

그러면서 어째서 나는 언제부터 이 영화를 이토록 흠모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나 확실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시절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의 나는 알 길이 없다.

분명 나는 이 영화를 좋아했고, 좋아한다.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하게 된 이유는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조만간 시간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또 원작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지."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정상.

혹시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전 27화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