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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Dec 31. 2024

#03 끔찍한 비유의 글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차를 마시다 보면 버려지는 물들이 제법 있다.

처음 찻잎을 깨우고 차를 한번 씻어 내기 위한 새차를 하고 난 후,

그리고 다기들을 따뜻하게 대우기 위해 사용됐던,

이런 다양한 이유로 마시지 않고 버려지는 물들이 있다.


예전에는 바로바로 버렸지만,

최근 차판을 장만하여, 차판에 있는 퇴수로에 물을 버리기 시작한 후로,

그 물들이 적당히 모이는 3일 정도 간격으로 한 번에 비워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내 방에는 제법 화분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옥상에서 자라나던 여러 화분들이

추위를 피하게 하려 내방으로 들여놓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그렇게 차판의 물을 비우기 귀찮던 어느 날,

나는 버려지는 찻물들을 화분에 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관련 내용을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인지, 다양한 검색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 유독 기분 나쁜 비유의 댓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찻물을 화분에 준다는 것은 개한테 개고기 국물을 먹이는 거랑 같은 거다.'


'이렇게 까지 기분 나쁜 비유의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저런 글을 쓰는 글쓴이는 이 글이 진정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데서 어떤 희열이라도 느끼는 건가?'

등등 별별생각을 혼자 하며, 저 이름 모를 글쓴이의 흉을 보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무슨 의미겠냐만은 저 한 문장으로 나를 포함해 불특정 다수의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의 기분을 망친 대가 치고는 

제법 것 아닐까?


더군다나 올바른 정보 역시 아니었다.

내가 찾아본 결과로는 찻잎의 종류, 차의 산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은 좋은 영양분이 된다는 내용의 글들이 다수였다.

즉, 정확한 정보도 없으면서 단순히 누군가의 기분을 잡치기 위해 혹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끔찍한 위트로 저런 글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어쩌면 진심으로 화분에 찻물을 주는 행위를 막고 싶었을지도...


하지만 끝내 저 기분 나쁜 글이 눈에 밟히고 신경 쓰여,

찻물을 화분에 주는 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주방으로 내려가 물을 흘려 비워냈다.

결과적으로 저 끔찍한 글의 글쓴이의 목표가 찻물을 화분에 주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 글쓴이의 필력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

.

.

"으으...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끔찍한 비유의 발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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