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영국 일부 지방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시면,
이 빠진 그릇으로 손님을 대접한다고 한단다.
이가 빠져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식기라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집안에 오래되고 유서 깊은 식기로
대접한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는 이 빠진 식기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엔틱 한 식기들을 모으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가끔 구태어 이가 빠진 식기를 사 오시기도 한다.
아마도 좀 저렴해서 이지 않을까?
어머니는 집안에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높은 찬장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시고는
내게 밑에서 받으라고 말씀하시며, 이런저런 고급 식기들을 꺼내시곤 하신다.
그렇게 아끼시는 고급 식기들을 꺼내시며 위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시고는 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 빠진 곳으로 복이 나간다는 이유로 이 빠진 식기를 쓰지 않으며,
그렇게 이 빠진 그릇으로 손님을 대접해선 안된다는 말씀도 꼭 덧붙히시며 말이다.
참 많이도 들었을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머니의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분명 단점이었을 흠집이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또 하나의 매력이 되어 장점이 되는
참으로 신기한 세월이라는 마법.
이 얼마나 다정한 이야기인가,
언젠가 나의 흉터도 흔적이 되길 바란다.
또 그 흔적이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매력이 되어,
또 하나의 장점이 되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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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못 보던 찻잔인데, 언제 사셨어요? 비싸 보이는데..."
"응, 아들 돈으로 호기 좀 부려 봤지"
"네에? 어머니 저는 수락한 기억이 없는데요."
"... 내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