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Dec 17. 2024

#01 이 빠진 다정함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영국 일부 지방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시면,

이 빠진 그릇으로 손님을 대접한다고 한단다. 

이가 빠져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식기라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집안에 오래되고 유서 깊은 식기로 

대접한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는 이 빠진 식기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엔틱 한 식기들을 모으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가끔 구태어 이가 빠진 식기를 사 오시기도 한다.

아마도 좀 저렴해서 이지 않을까?


어머니는 집안에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높은 찬장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시고는

내게 밑에서 받으라고 말씀하시며, 이런저런 고급 식기들을 꺼내시곤 하신다.

그렇게 아끼시는 고급 식기들을 꺼내시며 위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시고는 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 빠진 곳으로 복이 나간다는 이유로 이 빠진 식기를 쓰지 않으며,

그렇게 이 빠진 그릇으로 손님을 대접해선 안된다는 말씀도 꼭 덧붙히시며 말이다.


참 많이도 들었을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머니의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분명 단점이었을 흠집이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또 하나의 매력이 되어 장점이 되는

참으로 신기한 세월이라는 마법.


이 얼마나 다정한 이야기인가,

언젠가 나의 흉터도 흔적이 되길 바란다.

또 그 흔적이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매력이 되어,

또 하나의 장점이 되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

.

.

"어? 못 보던 찻잔인데, 언제 사셨어요? 비싸 보이는데..."

"응, 아들 돈으로 호기 좀 부려 봤지"

"네에? 어머니 저는 수락한 기억이 없는데요."



"... 내 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