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글을 쓰기 앞서 미리 밝히지만,
나는 요즘말로 금수저 같은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주말, 어머니와 점심을 함께 하며 나눈 대화이다.
"돈 줄까?"
"응?, 갑자기?, 돈 좋지, 근데 왜요?"
"아니, 요즘 너 배우고 싶은 거 있다고 했었잖니?, 근데 배우지 않는 것 같아서"
"아 그거요?, 3월부터 개강이라 등록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네가 안 하길래, 나는 네가 돈이 없나 했지"
"푸하하, 그 정도 돈은 저도 있네요."
어머니는 가끔 내게 '돈 없니?'라든가 '돈 좀 줄까?'라는 말씀을 하신다.
아들이 그래도 지금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깟 학원비 낼 돈이 없냐니, 이건 너무 비약이 심한 것 아닌가도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어머니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나의 사랑하는 후원자가 아직은 건제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일모레 마흔 인 아들에게 '돈 줄까?'라니..."
'돈 줄까?' 문장으로 만 본다면, 참으로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순간 많은 치유를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
물론 그 물질적인 혹은 금전적인 것에 위로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고, 돈을 받지 않았다.)
이 세상에 누군가가 그래도 여전히
이 못난 인간을 이렇게 신경 써 준다는 사실이 고맙고 감사해서일까?
정확히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문장이
지금 내게 정말이지 큰 위로가 되었고,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겉으로 저 문장을, 그리고 저 말을 그저 웃어넘기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랬다.
나의 후원자가 좀 더 오래오래 건제하길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래보았다.
그런데,
'기껏 주신다는데, 마다하지 말고 돈 좀 받아 둘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