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얼마 전 칼럼에서 눈에 띄는 헤드라인을 보게 되었다.
'마시는 골동품 보이차'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얼마나 오래됐냐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하는 보이차를 두고
골동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제법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 칼럼의 주된 내용은 그리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이런 골동품으로 여겨져,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까지 여겨졌던
보이차의 가치가 급락했다느니 뭐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애당초 나에게 차는 재테크 수단으로는 단 한 번도 여겨본 적이 없기에,
그 다치 흥미가 가는 내용의 글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혹시라도 지금 즐기고 있는 차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결국 내용인즉슨, 몇억에 호가하던 보이차가 몇천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거의 8~9할 가까이 가치 폭락한 것은 이례적이고 큰 일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과연 내가 살면서 몇천은 고사하고 몇백 짜리 라도
그런 고가의 차를 소장하거나 맛볼 기회가 있을까?
여러 궁금증들과 더불어 머리가 멋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차 한편이 300g이라고 가정한다면,
한번 차를 우릴 때 대략 6g의 차를 사용한다.
차 한편으로 대략 50회 정도 차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1회, 6g의 찻잎으로 대략 1.5L의 물을 우려내며,
찻잔의 용량을 대략 50ml로 잡는 다면,
1회당 30잔 정도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니,
30잔 * 50회로 차 한편으로는 대략 1500장 정도의 차를 마실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가의 차의 가격을 대충 1억으로 가정했을 때,
차 한잔의 값은 66,666...,
즉 대략 한잔에 67,000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하고 보니, 아주 못 마셔 볼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호텔 커피도 몇 만 원 호가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살면서 한잔에 67,000원짜리 차 한잔을 마시는 기행 정도는 한두 번 저질러도 괜찮지 않을까?
과연 67,000원짜리의 차맛은 어떤 맛일까?
몹시 궁금했다.
물론 누군가가 마진없이, 그리고 한 잔씩 판매해 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 것을 따지기 앞서 차에 대해 본질적인 부분을 훨씬 많이 그리고 잘 알아야 될 것이다.
고가의 차는 어째서,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높은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는가?
이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고가의 차를 마셔봤자, 그건 그저 낭비일 뿐일 것이다.
그렇기에 한잔의 67,000원짜리 차를 사 마시는 기행을 벌이기 앞서,
좀 더 차에 대해 많이 알아야 될 것 같다.
알아야지 기행을 벌이든, 호기를 부리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멋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은 나로서는, 한동안 이러한 기행도 벌이지 못할 것 같다.
언젠가 어느 때에 이 67,000원짜리 차를 마시며, 거드름 피우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정말로 우습고 하찮은 상상이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어차피 망상은 언제나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