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내가 요즘 참 좋아하는 책이다.)
산에 오르는 것은 늘 즐겁고 신선한 일이다.
산이 높거나 혹은 낮거나,
길이 험하거나 혹은 평탄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가거나 혹은 혼자 가거나,
여름에 가거나 혹은 겨울에 가거나,
산은 매번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는 한다.
그것이 설사 같은 계절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산 하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만큼 내가 보지 못한 산의 모습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산은 내 발로 한 걸음, 한걸음, 옮겨가며 오를 수도,
정상까지 잘 포장된 도로를 통해 차로 오를 수도,
어쩌면 케이블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산을 오른다는 것은 항상 즐겁고 신선한 일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산도 있나?,
그런 산은 아직 못 가봤다.)
그 즐거움과 신선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풍경이 될 수도 혹은 내 마음이 될 수도,
어쩌면 정상에서 마시는 차의 향이 될 수도,
정상에서 성취감을 만끽하며 먹는 김밥의 맛이 될 수도,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즐겁고 신선한 경험을 준다.
그럼 그저 바라만 보는 먼 산은 어떨까?
내 방에서는 빌딩숲 사이 작은 틈을 통해
먼 산의 모습이 얼핏 얼핏 보인다.
왕복 팔 차선 도로와 빌딩숲 사이에 빼꼼히 보이는 먼 산.
정말이지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끔 그 빌딩숲 사이의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별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기억에 담아 둘 만큼 대단한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저 계절의 변화를,
또 시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마치 물끄러미 달력을 바라보듯...
언젠가는 또 다른 높은 빌딩이 생겨
결국 가려져 버릴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풍경이지만,
부디 이 풍경이나마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저 먼 산도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겠지?
나는 그 눈 내린 먼 산의 풍경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