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어느새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그런 추운 날의 새벽녘이면,
이따금 밖으로 나가 입김을 불어 보고는 한다.
이 정도로 쌀쌀하다면, 슬슬 나올 때도 됐건만,
아직은 입김이 나올 만큼 춥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느새 내 옷장에는 포실포실한 털이 날리는 니트라든가,
도톰하고 펑퍼짐한 패딩점퍼들로 일찌감치 채워 놓았지만,
아직 이것들을 입을 만큼 춥지는 않다.
아직은 입김이 나올 만큼 춥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편의점 매대에는 벌써 각종 호빵들이 전시되어 있다.
옛날에는 분명 팥맛과 야채맛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보라색, 붉은색 참으로 다양한 호빵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호빵들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아마도 아직은 입김이 나올 만큼도 춥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아직은 입김이 나오는 겨울은 아니지만,
동네어귀의 붕어빵 가게가 벌써 보인다.
그렇게 붕어빵을 사 먹어 보기도 한다.
(사실 나는 붕어빵가게를 그냥 못지나치는 사람이다.)
또 요즘은 구운 고구마를 먹는 재미에 빠져 있다.
사실 이번에 구매한 고구마는 그다지 맛이 없다.
그다지 달지도 않고, 물기도 없어 퍽퍽하기만 한 맛.
하지만 조금 일찍 겨울 기분을 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직은 입김이 나오는 계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금 일찍이 그 계정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언제 올진 모르지만, 어차피 반드시 올 테니 말이다.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올 테니 말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얇은 옷을 옷장에 일찍 다 넣어버린 탓에 외출복을 고르기가
조금은 곤란할 때가 있으니...
그러니, 부디 조금은 서둘러 입김이 나오는 계절,
그 계절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