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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숀앤펀 Feb 14. 2024

Today is your day!

10살 쇼니의 호주 한 달 살기- 멜번 Brunch

 오늘은 멜버른을 떠나 시드니로 이동하는 날이다. 엄마는 아침부터 짐 싸느라 부산스러웠다. 짐을 다 싼 우리는 짐을 맡기고 근처 브런치 맛집에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니 로비에서 포츈쿠키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주었다. 아 맞다,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지!

한국이었으면 아빠한테 초콜릿 선물 받았을 텐데. 엄마한테는 흠.. 여러 가지 미션을 성공하든 양치질을 3분 이상 하겠다고 약속을 하든 하여튼 초콜릿 한번 얻어먹기 되게 힘들다.


 우리는 아주 유명하다는 멜버른 브런치집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스크램블 에그 세트를 시켰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직접 주문해 보고 싶었다. 나는 'One apple juice, one flat white and scrambled eggs, please'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갑자기 "adsfjy;fy;iyg;liut;wyli? " 라며 쏼라 쏼라 나에게 말을 했다.

'어라, 이건 예상엔 없던 건데' 동공이 흔들린 나는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스스로 해보라고 나한테 넘겼다.

친절한 직원이 상황을 눈치챈 듯 나에게 천천히 다시 말해주었다. 눈치껏 이해한 바로는 애플주스는 없으니 사과가 들어간 4가지 주스 중 선택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곤 쉽게 번호로 one? two? three? or four? 라며 4번이 제일 잘 나간다고 했다. 나는 주저 없이 "Four!"를 외쳤다.


 음료를 기다리며 나는 얼른 포춘쿠키를 뜯었다. 사실 밥 먹고 뜯으려고 참고 있었는데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포춘쿠키는 한국에서도 종종 사곤 하는 내가 좋아하는 쿠키다. 맛은 없지만 대게 좋은 말을 해주고 빠그작 깨뜨리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포춘쿠키에는 "Today is your day!"라고 쓰여있었다. 이 정도는 나도 읽을 수 있기에 엄마한테 "엄마, 오늘 나의 날 이래! 신난다"라고 들떠서 말했다. 메뉴 시키기도 성공하고 어쩐지 운수가 좋은 것 같았다.


이윽고 스크램블 에그가 나왔다. 하지만 보는 순간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호주에서는 스크램블에그를 시킬 때마다 꼭 야채가 계란 속에 섞여서 나온다. 후추 한 톨이라도 있으면 골라먹는 편식쟁이인 나는 이렇게 파가 섞인 음식을 먹으려면 야채를 다 골라내느라 한 입 먹는데 10분이 걸린다. 엄마는 그냥 먹으라지만 나는 도저히 못 먹겠다. 그래서 난 학교에서 몸무게도 키도 앞에서 2등이다. 가끔 키가 컸으면 싶지만 괜찮다. 엄마는 안 먹어서 안 큰 거라고 잘 먹으면 쑥쑥 클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친구들이 가끔 꼬맹이라고 놀릴 때면 나는 "괜찮아. 난 키는 작지만 비율이 좋거든. 그리고 언젠가 클 거거든"이라며 대꾸하곤 한다. 


 어쨌든 겨우 겨우 골라 계란 한 입을 먹고 빵을 먹으려니 이번엔 빵에 아보카도가 발라져 있었다. 

'으, 초록색은 다 싫은데..' 난 좋아하는 빵도 안 먹고 아까 뜯은 포춘쿠키를 먹었다. 맛은 없었지만 초록음식을 먹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다행이었다.

엄마는 늘 그렇듯 내가 먹지 않는 음식들을 맛있게 드셨다. 그런데 음식에 검은색 초코칩 같은 게 있었다. 나는 그거라도 먹고 싶어 날름 가져가려고 했다. 엄마는 계란을 한 입이라도 더 먹어야만 초코칩을 주겠다고 하셨다. 휴. 이 엄마랑 다니기 뭐 하나 정말 쉽지 않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계란 한입을 더 먹고 가장 큰 초코칩 쿠키를 집어 입에 쏙 넣었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다. 이거 초코 맞나? 씹을수록 구역질이 났다. 난 바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불행의 맛이야. 정말 불행해지는 기분이야. 뱉을래"

"초콜릿쿠키 가지고 뭘 그래. 그냥 먹어~ 더럽게 뱉지 말고 그냥 주스 마시면서 삼켜"

나는 너무 싫지만 그래도 씹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씹을수록 불행해졌고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다.

내가 꽥꽥거리자 엄마는 그제야 휴지를 주시며 모든 것을 뱉게 했다. 뱉고 나서 물을 마셔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 지금 너무 불행합니다. 제가 오늘의 운세를 믿고 행복하다고 해서 바로 벌주시는 건가요.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엄마는 "얘가 왜 이래 정말"이라고 말씀하시며 접시에 남아있는 초콜릿 쿠키 중에 하나를 골랐다.

나는 가능하면 제일 큰 쿠키를 먹어보라고 말씀드렸지만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일 작은 걸 하나 고르고 입에 오물오물 씹으셨다.

"와 이거 진짜 불행의 맛이다. 이게 뭐야? 아윽~ 엄마도 뱉을래"

엄마도 5초 만에 불행해졌다. 그렇다. 그것은 진짜 불행해지는 맛이라는 거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맛이었다.

엄마는 초콜릿 쿠키가 몇백 년 썩은 치즈 같다고 했다. 나는 소똥에 버무려진 소시지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무튼 정말 우웩 이었다.   

엄마는 계산을 하며 직원에게 그 초콜릿 쿠키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직원은 dried dried suasage라고 대답했다. 오예 내가 맞았다. dried dried를 강조한 거 보면 몇 백 년 동안 소똥에 버무려 말린 소시지가 틀림없다. 

엄마는 물을 아무리 마시고 커피를 마셔도 소시지의 맛이 입안에 맴돌아서 괴롭다고 했다.

나는 아까 호텔에서 받은 빨간색 하트 초콜릿이 번뜩 생각나 꺼내 입에 쏙 넣었다. 다행히 하트초콜릿을 먹은 순간 행복해졌다. 엄마 얼굴을 보니 엄마는 여전히 불행해하고 있었지만 나는 괜찮다. 

 게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키 크고 늘씬한 금발머리의 언니가 나에게 갑자기 맥도널드 장난감을 선물로 준다고 했다. 돌아보니 뒤에 맥도널드가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 내게 떠나는 기념으로 가져가라고 하며 쿨하게 주고 떠났다. 이렇게 멋진 언니까지 만나다니 오늘은 정말 나의 날이 맞다며 나는 환호했다.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RMIT 대학교도 구경하고 놀이터에서도 놀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빅토리아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서 여전히 책 한 권 읽을 생각이 없는 내게 엄마는 멜버른에서 기억나는 것을 그려보라고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엄마와 세인트킬다비치에서 봤던 일몰을 그렸다. 우리의 추억도 저렇게 예쁘게 마음속에 저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2주가 흘렀다니 떠나기 너무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내일도 태양은 떠오르고 엄마랑 또 오면 되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공항으로 떠났다.  


Good bye!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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