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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쓴삘 Aug 21. 2024

자신을 가꾼다는 것.

나는 털털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나는 털털하지 않고 소심하고 뒤끝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보이도록 꾸며왔다. 


그러다 보니 액세서리도 안 하게 되고 네일도 해본 적이 없다. 

경력단절을 끝내고 사회에 나와보니, 내 나이에 갖추어야 할 사회적인 품위 같은 게 있더라.

어릴 때부터 들고 다니던 브랜드 없는 가방이 살짝 부끄러워지고, 윤기 없는 머리칼과 푸석이는 피부가 신경 쓰이고, 크록스 사이로 삐져나오는 맨발톱이 민망해졌다.


자기 관리도 실력이고 능력이라는데, 얼굴이 살아온 삶을 말해준다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참패다. 


자신을 잘 꾸미는 많은 이들을 볼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뭐라도 해야겠다. 

옷가게로 가서 깔끔한 블라우스 39,000원짜리 두벌과 정장 바지 49,000원 한 벌을 샀다. 

손발톱은 영상을 보면서 깔끔하게 다듬고 투명핑크를 칠했다.

머리에는 23,000원짜리 에센스를 사서 아침마다 발랐다.

화사한 피부톤을 위해 56,000원짜리 앰플을 사서 매일 자기 전에 두드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회사 동료가 그런다. 

다니는 피부과가 어디냐고. 

스스로도 변화가 느껴지니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외형을 가꾼다는 거, 이것도 나를 가꾸는 방법 중 하나인 듯싶다.

그리고,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되는 일이었다. 

큰돈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난 이 정도만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 나와 함께 다니는 가족들을 위해, 내가 속해있는 일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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