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주 차
인생에서 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어?' 하며 의심이 드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내 기억 속에서 그 첫 번째 순간은 대학 전공을 정할 때였다. 어릴 때 꿈이 수학선생님이었는데 수학교육과를 가려고 하니 내 전공과 진로가 확 좁아지는 거 같아서 두려웠다. 이런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티가 났는지,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들은 나의 입시상담을 해주며 '수학을 하고 싶은 거야, 수학교사가 되고 싶은 거야?'라고 묻기 일쑤였다. 그 순간마다 나는 그 물음에 수학교사라고 답하긴 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수학을 좀 더 깊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상 성적이 부족해서 수학교육과 대신 수학과를 가게 됐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심 수학과를 더 가고 싶었지만 수학교육과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강제로 수학과를 가게 됐으니 말이다. 나는 수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게 맞았고 수학 공부를 하는 것에 매우 만족했다.
지금 직업을 하기 전에도 여러 차례 의심의 순간이 있었다. 취업을 하기 전에 지금 직장과 관련된 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에 취업할 생각이 있기에 지원했었다. 그런데 알바를 하면서 내가 과연 나중에 여기에 입사하여 평생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고 그래도 진짜 직원으로서 일하면 다르지 않을까 하며 애써 의문을 덮었다. 그렇게 지금 직장에 들어오려고 준비를 하던 때에도 또 그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나 여기 합격하게 되면 정말로 평생 일할 수 있을까? 당장 합격이 급급해서 역시나 그 질문을 깊게 고민해 볼 겨를도 없이 다시 그 의문을 덮었다. 그렇게 합격을 해서 입사하여 일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 그때 해결하지 못한 의문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더 이상 덮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의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결국 언젠간 해결해야 될 과제로 계속 남아 있다. 지금 나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나에게 드는 의심이 없다.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서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에 드는 의심이 없다. 어쩌면 마음속에서 그런 의심이 드는 순간은 나에게 멈추라는 마음의 신호등이 켜진 순간이 아닐까 싶다.